큰손들 '강남 中小빌딩' 사들인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2.2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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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10월이후 서울 매매내역 조사] 강남 100억대 빌딩, 작년 개인이 매입


- 경기회복 신호+부동자금 철철
- 200억미만 빌딩거래 5배 증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KR타워(연면적 1994㎡)의 주인이 바뀌었다.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있는 지상 11층짜리 건물을 개인 투자자 김모씨가 133억원에 매입한 것인다.

김씨가 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은행에서 빌린 융자금은 17억원. 사무실, 점포 등 임대보증금은 7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건물 매입에 투입한 셈이다.



개인 자산가들이 30억∼100억원 안팎의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중소 빌딩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국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큰손들이 투자 매물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래가 뚝 끊겼던 빌딩 매매시장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머니투데이가 원빌딩부동산중개 등 빌딩 전문 중개업계에 의뢰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달간 서울시내 2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동안 73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큰손들 '강남 中小빌딩' 사들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거래됐던 건수(15건)보다 약 5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김원상 원빌딩부동산중개 이사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현금을 보유하겠다는 큰손들이 늘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빌딩 매매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투자 문의가 늘기 시작하더니 10월부터는 폭발적으로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좋은 매물만 골라서 직접 찾아가도 외면하던 큰손들이 이젠 좋은 (투자)물건 없냐고 먼저 연락을 해온다"고 덧붙였다.

큰손들이 선호하는 투자지역은 역시 강남이다. 73건 거래 가운데 60%가 넘는 45건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소재 빌딩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성동구(4건), 영등포구(3건) 마포구(3건) 관악구(3건) 등에서 빌딩 거래가 많았다.


빌딩 매입가는 평균 60억원대. 환금성이 높은 30억원 이하 빌딩이 28건으로 가장 많이 거래됐고 30억 초과∼50억원 이하 빌딩은 25건, 50억 초과∼100억원 이하는 13건이 각각 팔렸다.

매매가 100억 초과~ 200억원 이하 빌딩 7개도 주인이 바뀌었다. 2009년 같은 기간 100억 초과∼200억원 이하 빌딩 거래가 전무한 점을 감안할 때 자금력을 갖춘 큰손들이 투자에 나섰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기보다는 보유 자산을 활용해 빌딩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많았다. 은행에서 한 푼도 빌리지 않거나(25건), 매입가의 30% 미만을 융자받은(28건) 경우가 70% 이상이었다.

빌딩을 매입하는 이유는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한 오피스 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상 5층 이상 건물 상태가 양호한 매물을 많이 찾는다"며 "1년 이내 단타 투자보다는 최소 5년 이상 보유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신호와 시중 풍부한 부동자금이 더해져 큰손들의 빌딩 투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하는 등 주식 시황이 아무리 좋아도 주식 투자 비율을 과감히 늘리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는 많지 않다"며 "큰손이나 그 자녀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불린 경험이 많아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임대수익이 나오는 빌딩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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