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뭉칫돈'은… 부동산으로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1.21 10:56
글자크기

"주가 너무 올라 부담" 아파트보다 상가·토지 인기

↑빌딩과 상가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빌딩과 상가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바른손빌딩(연면적 1876㎡)이 김모씨에게 113억원에 팔렸다. 바른손그룹이 서초동과 청담동 등 6곳에 흩어졌던 사옥을 경기 고양시로 통합 이전하면서 매각한 것을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것이다.

#중소기업 사장 정모씨는 최근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둔 40억원을 빼내 경기 광교신도시의 근린생활용지 600㎡를 매입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데다 노후를 준비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 들어 땅을 매입해 5층짜리 상가를 지어 임대하기로 했다.



빌딩·상가, 토지, 경매 등 부동산시장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100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 급등세에 부담을 느낀 자산가들이 부동산시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약세가 지속되는 아파트보다 목돈이 들지만 가격하락 위험이 낮은 빌딩이나 상가, 토지의 인기가 높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 장기투자나 증여에 관심을 갖는 큰손이 많다"며 "신도시 토지수용 보상금 등으로 갑자기 수십억원의 자산을 손에 쥔 사람들도 주식보다 토지나 빌딩투자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강남 일대 중소형빌딩은 매물이 없어서 못팔 정도다. 빌딩거래를 주로하는 A중개법인 이사는 "현금 수십억원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은 환금성이 좋고 수익률도 높은 50억원 안팎의 강남 일대 소형빌딩을 선호한다"며 "매수주문은 많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를 처분해 소규모 빌딩이나 상가를 매입하는 투자자도 상당수다. B부동산컨설팅업체 사장은 "최근 40대 후반의 투자자가 20억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매도하고 여유 현금자산을 합쳐 송파구의 소형빌딩을 60억원에 매입했다"며 "소형빌딩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금성, 시세차익 면에서 유리해 투자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큰손들의 자금유입이 늘면서 토지거래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토지거래량은 지난해 9월 14만5157필지에서 10월 18만1236필지, 11월 20만8260필지 등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전국에서 토지 25만7992필지가 거래됐다. 택지지구 내 단독택지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겨울 비수기지만 원룸 등을 지어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새해들어 주말과 휴일을 빼고 단독주택지 165필지 등 233필지가 수의계약으로 팔렸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선 수십억원대 고가물건이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에는 서울 종로구 내수동 대우세종로빌딩 사무동 상가가 40억9000만원에 팔렸다. 2명이 응찰해 감정가(37억6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비싼 값을 적어낸 투자자가 낙찰받았다.

지난 12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토지(용도 전, 감정가 21억원)가 27억원, 17일에는 경기 양평군 양동면 토지(용도 임야, 감정가 10억9500만원)가 12억원에 각각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부동산시장으로 뭉칫돈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통상 금리가 올라가면 시중자금이 은행권으로 몰리지만 요즘은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상황이 다르다"며 "전통적으로 부동산 투자비중이 높은 큰손들은 여전히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나 빌딩에 돈을 묻어두는 게 가장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고 판단하는 자산가가 많다"며 "토지의 경우 땅 투자로 수익을 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자녀들, 빌딩·상가는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