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명근 기자.
2009년 한동우 신한생명 당시 부회장은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금융인이 가져야 할 성품은 바로 이런 '무지명 무용공'의 마음입니다. 조직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늘 리스크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인재가 진정한 금융인인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그런 그가 신한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다. 하마평에 가장 뒤늦게 오른 이의 반전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신 늘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소신 그대로 돌아온 셈이다.
뱅커로 화려한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02년 당시 차기 은행장 후보로 48년생 동갑내기인 신상훈 전 사장과 경합에서 밀렸다.
그와 가까운 한 인사는 "당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나 그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점이 오늘날의 신한금융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 이유 같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내정 직후 그의 첫 외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분열과 상처를 입은 조직이 빠른 시일 내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통 신한맨'임을 강조한 한 내정자는 "분파주의가 계속된다면 조치가 따를 것"이라며 파벌주의를 불식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의 의지지만 그만큼 한 내정자에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내부 문제로 조직원들이 사기가 저하돼 있는 부분을 신임 회장이 잘 다독여 나가야 한다"며 "다른 어떤 부분보다 조직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로 화합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주주와 관계 설정도 과제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해야 한다. 그는 "신한금융그룹과 교포 주주들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충분히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누구보다 교포들의 창업 이념을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신한지주의 경영에 대해선 낙관하는 이가 많다. 그가 '영업통'이자 '기획통'으로 불리며 지금의 신한을 만들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신한 사태'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문제를 정비하는 것도 한 내정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