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신한 日주주 입지 약화 전망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1.02.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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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문제(Agent Problem) 발생...지배구조 불안 우려도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로 라응찬 전 회장이 내세운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이 선택됨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재일교포 주주들의 입지가 대폭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내세운 후보가 패배함에 따라 지배구조의 축도 '대주주'였던 재일교포에서 '나머지 주주' 또는 '전문 경영인'쪽으로 넘어갔다.



이번 신한금융그룹 회장 선임 과정은 '대주주와 대주주 대리인'간 대결로 요약된다. 그 결과는 전문 경영인으로 표상되는 대리인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지난해 11월9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특위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재일 사외이사 중 1명인 김요구 이사가 입장하고 있다↑지난해 11월9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특위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재일 사외이사 중 1명인 김요구 이사가 입장하고 있다


그간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의 역사는 '재일교포 주주'와 함께했다. 신한의 경영진은 주주의 대리인, 특히 재일교포 주주의 대리인이었다. 라응찬 전 회장이 그 역할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82년 일본 오사카 지역 민단계 재일교포들이 자본금 50억엔(당시 250억원)을 모아 설립됐다. 신한은행이 성장하며 재일교포의 지분은 17%(추정)정도로 희석됐지만 신한지주 사외이사 4명 자리가 이들 몫으로 남아있다. 이사회(12명)의 1/3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새 경영진에 자기 사람을 못 앉혔다. 재일교포 주주의 회사였던 신한이 경영진의 회사로 탈바꿈했다. 재일교포 주주 내부의 이탈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대리인의 우위가 이번 결과의 핵심이다.

지난 17년간 대리인 체제로 굴러온 신한은 어느새 대리인이 주인이 되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를 두고 '대리인 문제(Agent Problem)'를 지적하는 이가 많다. '대리인 문제'란 주주를 대리해야 하는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한의 경우 주주권이 관철되기보다 주주를 대리한 경영진이 주주의 뜻과 다른 힘을 갖게 됐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지만 경영진 입장에선 새 주주를 선택한 셈이다.

이 선택이 불안한 경영 구도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리인 입장에선 기존 대주주와 손을 끊고 다른 주주의 지지를 구하겠다고 나선 것이고 대주주 입장에선 반대했던 인물이 경영진으로 선임된 것"이라며 "이전에 비해 경영권이 안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 즉 재일교포 주주의 영향력 약화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외이사 임기를 건드리진 못하겠지만 단계적으로 인원수를 조정할 수는 있다. 다른 관계자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사외이사 비중 조정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지거나 대주주가 목소리를 높일 경우 제2, 3의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 대오를 형성했던 재일교포 주주가 도쿄와 오사카계로 분화되면서 영향력이 쇠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장 투표 과정에서 이탈표가 있었던 것도 향후 재일교포 주주발 후폭풍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일부에선 재일교포 주주가 불러온 '자업자득'이란 지적도 있다. 17년간 라 전 회장을 대리인으로 임명하면서 별다른 견제장치를 두지 않은 것은 온전히 대주주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리인 문제는 주식회사 체제에서 항상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며 "미리 여러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 놔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한의 경우 후임 회장의 임기 문제조차 정비되지 않은 채 회장을 선출한 것만 봐도 불안감이 있다"며 "신한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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