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美 가전제품 가격 전격인상 왜?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김병근 기자 2011.02.0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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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물류비·환율 '3중고'...당분간 국내 시장 가격 인상 추진은 어려울 듯

↑LG전자 세탁기 생산라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LG전자 세탁기 생산라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원자재값 폭등과 원화 강세 등의 여파가 소비자 가전제품 가격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단 비교적 소비재 제품 가격 인상 여건이 조성된 미국시장에서다.

그러나 원자재값 상승 등 제품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은 물론 국내 시장에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LG, 美가전 가격인상 추진=삼성전자 (81,300원 ▲3,700 +4.77%)LG전자 (93,800원 ▲1,400 +1.52%)는 이르면 오는 4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LG전자는 최근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 일부 제품 가격을 8~10% 가량 인상키로 결정하고 오는 4월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에 대한 가격인상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인상시기와 인상률을 결정하지 않았으나 구체화되는 대로 프로세스를 거쳐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GE, 월풀과 일렉트로룩스 등 해외 경쟁사들도 미국 판매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가전사들이 줄줄이 현지 판매가격 인상에 나선 데는 무엇보다 글로벌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여타 산업보다 경쟁이 치열한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제품가 인상은 제조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 1년 전 톤당 89달러에 불과했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내내 상승하다 올해 주요 산지인 호주의 대홍수 여파까지 겹치면서 톤당 225달러까지 2.5배 급등했다. 전기동 가격도 최근 1년 사이 61.5%나 올라 지난 8일 현재 톤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철강, 구리, 플라스틱 등의 원자재 비중이 큰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 품목에서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잦은 가격변동 탓에 원자재 협력사들과 장기공급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지만, 원자재가 오름세가 장기화되면서 제조원가 상승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제 유가급등에 따른 물류비 증가와 원화강세로 인한 수익악화까지 겹치면서 현지 수출제품에 대한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이들 업계의 변이다.

여기에는 올 초부터 미국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생활가전 품목은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경기회복 시점에선 일부 가격인상 요인이 반영돼도 소비심리에 큰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국내 시장 여파는=관건은 미국시장에서 시작된 가격인상 여파가 국내와 다른 해외국가로 확산되느냐의 여부다.

실제 대우일렉은 유럽지역 수출제품에 대한 가격인상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현재는 부정하고 있지만 여건만 조성되면 유럽지역에서도 가격인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당분간 이에 따른 여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는 당장 국내 판매제품에 대해 가격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현지 제품가 인상이 원자재가 상승뿐 아니라 물류비 증가와 환율변동 등 복합적인 변수가 작용된 만큼 엄연히 국내시장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현 정부가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재 품목에 대한 가격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속내도 깔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협력사들의 납품 단가 인상 요구도 경영 환경의 또 다른 딜레마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전자의 경우, 최근 단가조정을 통해 원자재 비중이 큰 일부 협력사들에게 두자릿수대의 납품가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가전제품 가격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협력사들의 단가 조정 요구까지 겹쳐지면서 '이중고'를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라며 "비용절감과 생산혁신 등 다른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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