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규모 뱅크 런 가능"-블룸버그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11.01.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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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유동성 충분, 은행간 자금대여 문제 없어".. 긴축안 차질도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현지 은행들의 대규모 예금인출(deposit run)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채 입찰 역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은행 영업 재개시 대규모 인출 사태"=블룸버그통신은 31일 이집트 반정부 시위로 현지 은행들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맥키논 ASAS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은행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라며 "당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 금융 시스템을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야신 CAPM 인베스트먼트 CIO도 "은행이 문을 열면 고객들은 그들의 돈을 인출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 당국은 은행 문을 닫도록 지시했지만 국민들의 필수품 구매 등을 고려하면 현 상태는 오래 가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6일째 계속되면서 현지 은행, 증시 등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유동성이 충분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파룩 엘 오크다 이집트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9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은 현재 36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인출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규모"라고 말했다.

히스람 라메즈 이집트 중앙은행 부총재는 "은행이 다시 문을 열게되면 은행간 자금대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은행연합회 대표인 모하메드 바라캣 국영 미스르뱅크 의장은 현지 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이 53%라며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채 입찰 연기...재정적자 감축 '타격'=시위로 이번 주 예정된 40억 이집트 파운드(6억8300만달러) 규모의 이집트 국채 발행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 27일 이집트는 25억 이집트 파운드 규모의 6개월 만기 국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앞선 국채 발행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집트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자 30일(현지시간) 예정된 두 건의 국채 입찰을 연기했다.

통신은 이집트 국채 수요가 줄어들면서 정부는 예산 감축 계획을 지키기 힘들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2015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2010 회계연도 이집트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8.1%로 전년 6.9%보다 늘었다.

존 스파키아나키스 사우디 프란시 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집트 증시가 다시 열릴 경우 투심은 크게 위축돼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정부는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증시 줄줄이 하락= 이집트 우려로 30일 중동 주요증시는 모두 급락했다. 두바이 증시는 8개월래 최대 폭으로 내렸으며, 이스라엘 증시와 국채가격도 줄줄이 하락했다. 걸프지역 주가추이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GCC200지수는 0.3% 밀렸다.

중동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에마르는 8.26% 밀렸으며, 에어아라비아도 3월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이집트 증시는 지난주 16% 하락한 뒤 이날 휴장했으며 31일에도 장을 열지 않는다.

마흐디 매타르 CAPM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대표는 "정치적 리스크가 중동 전체를 위협하면서 국제 투자자들은 중동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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