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이미 방송사 주식 보유?...복지부의 억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1.01.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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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미만 지분 보유 예외적 사례"...을지병원은 지분 15% 2대주주로 '컨소시엄 구성'

보건복지부가 20일 비영리법인인 을지병원의 (가칭)연합뉴스TV 출자가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대법원 판례와 기존 병원 주식보유 사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가 그동안 비영리법인은 영리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시행령은 무시한 채 '단순투자'냐 '사업'이냐를 쟁점화해, 이번에 을지병원의 방송진출이 단순투자여서 의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복지부는 '의료법인 을지병원의 방송사업 주식지분 소유 관련 서울시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의료법 제49조(부대사업) 및 동법시행규칙 제60조(부대사업)에서 규정한 부대사업 이외의 사업은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에도 불구하고,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출자를 사업으로 볼 수 없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사업의 수행은 영리법인이 자신의 명의로 독립적으로 행하는 것이지, 주주가 그 사업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취득한 주주가 그 사업을 한다(경영)고 볼 수 없다며 그 근거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10.28. 선고 2004도 1256 판결)를 제시했다.



복지부는 "(대법원은) 주주로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것은 주식의 보유자로서 그 자격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불과할 뿐 그것이(의결권 행사가) '직업 기타 사회 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

언뜻 이 내용만 보면 주주는 주총에서 단순히 의결권 등 권리만 행사할 뿐 사업을 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확히 보면 이 판례는 주주냐, 사업자냐는 범위를 한정한 게 아니라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가 사업을 하는 것이냐 아니냐의 판례다.

복지부는 교묘하게 이 판례에서 판결요지의 핵심인 앞부분을 빼면서 이 판례의 근본취지가 무엇인지를 뺐다.


이 판례요지의 앞부분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하는 것인데...'라고 돼 있다.

이 판례는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단순한 주주로서의 활동이지,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게 아니라는 판례다. 이를 '주식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끼워 맞췄다.

또 15%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한 을지재단 산하 을지학원과 을지병원 특수관계인들을 소액주주와 같다고 보는 것도 넌센스다.

또 복지부는 답변에서 의료법인이 주식 등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고, 일부 의료법인은 방송사업자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마치 방송투자 사업진출이 과거부터 이뤄져 온 관행인 듯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내용만 보면 복지부의 해석이 그렇듯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또한 복지부의 팩트 비틀기다.

복지부가 예로 든 방송투자에 투자한 의료재단은 성전의료재단과 녹산의료재단이다.

성전의료재단은 대전방송 지분을 약 1억 2000만원을 들여 0.4%(2만4000주)를 취득했고, 수원 녹산의료재단 동수원병원은 경기방송 지분 0.28%(1700주)를 1915만4000원에 취득했다. 0.5%도 안되는 지분을 보유한 이들을 예로 들며 복지부는 "일부 의료법인은 방송사업자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90억원을 들여 15%에 달하는 지분을 취득, 2대 주주가 되는 을지재단(학원, 병원)과1%도 안되는 지분을 취득한 사례를 동일시하는 억지 논리라는 평가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종편보도채널 심사과정에서 1% 미만 주주에 대해서는 특별한 출자제한이나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5% 이상 주주에 대해서는 신용평가서, 재무관련 서류는 물론, 사회적 문화적 지역적 기여실적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5%이상 지분을 획득,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단순 투자로 볼수 없다는 것을 방통위 스스로도 일찌감치 전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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