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세사기 범죄의 재구성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1.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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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세사기 범죄의 재구성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보면 소유주를 가장한 부동산 사기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건물 소유주이자 버젓이 영업 중인 성형외과 의사 행세를 해 빌딩을 팔아넘긴다. 이런 수법은 고가의 오피스빌딩이나 토지에 빈번하다. 한탕에 계약자의 돈을 가로채 거액을 챙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비해 액수가 적은 전셋집이 주요 타깃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덩치가 큰 물건은 거래가 어렵지만 전세난에 전세물건은 나오기 무섭게 계약되니 사기꾼들에겐 '블루오션'인 셈이다.



최근 불거진 사례를 재구성해보면 '꾼'들의 사기행각은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역삼동에 2억7000만원짜리 아파트 전세를 얻은 이모씨. 그는 두달 전 월세가 밀렸으니 집을 비워달라는 황당한 통보를 받는다.

알고보니 집주인이 아닌 월세계약자 최모씨와 이중계약을 한 것. 최씨는 이 아파트를 월세로 계약한 후 진짜 집주인의 신분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다시 이씨와 전세계약을 했다.



여기까지는 기존 이중계약 사기와 동일하다. 하지만 최씨의 경우 발각될 우려를 없애기 위해 일당과 짜고 아예 중개업소를 차렸다. 사무실에는 컴퓨터 7대를 놓아 계약자를 감쪽같이 속였다. 이런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최근 1년간 모두 20명, 피해액은 30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보증금도 날리고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이런 경우 계약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식 중개업자들도 위조신분증을 판별하지 못하는데 중개업자가 사기꾼과 한통속일 경우에는 어떻겠는가. 피해자들은 가짜 중개업자들이 인감증명, 대리인 위임장을 보여주고 대리인과 통화하게 해주는 등 안심시켰다고 말한다.

대처방법은 전세계약시 임대인의 등기부등본, 등기권리증, 통장, 재산세 납부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전세물건이 귀해 나오자마자 계약부터 하는 '묻지마 계약'이 성행하는 지금, 세입자에게 이를 일일이 따져볼 여유가 있을까.


치솟는 전세금을 마련하기도 힘든데 어렵게 모은 전세보증금까지 가로채는 세상이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지금 이 세상은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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