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보도채널? 글로벌 상식과 배치"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0.12.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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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수 통신사들 "생각도 안하는 일"…한국적 상황에서 가능

"'한국'이니까 가능한 일 아닐까요?"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 선정에 대해 한 외신기자가 한 말이다. 통신사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도방송까지 독식하게 된 기형적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만드는 연합뉴스TV가 이날 보도 채널 사업자로 단독 선정되자 '글로벌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론 다양성에 역행하는 선정결과는 글로벌 미디어 분야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하는 통신사가 일종의 '소매상'인 방송까지 하는 사례는 외국에서 찾기 힘들다. 로이터, AP, 블룸버그, 다우존스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은 일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을 겸업하지 않는다.

한 글로벌 통신사 기자는 이날 "해외 유명 통신사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뿐 방송을 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해외 통신사 기자는 "정부 입김이 거센 한국에서나 꿈꿀 수 있는 일"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 언론계 전문가는 "연합뉴스가 통신과 방송을 '싹쓸이'한다면 그만큼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중앙 및 지방 언론사들은 경영이 악화되면서 연합뉴스로 기사가 채워지는 비율이 높아져 콘텐츠 획일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매년 300억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받아쓴다. 세금을 집행하는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연합뉴스가 보도방송까지 독점한다면 국민들로서는 '세금 내고 오히려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꼴'이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가 민간 시장부분에서 방송사업자로 진출하는 것 자체가 시장논리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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