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IFRS 폭탄' 터지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0.12.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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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 자금 회수, 운용사 "빈익빈부익부 될 것"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은행, 보험사 등이 수조원에 달하는 사모펀드 자금을 회수할 조짐을 보이면서 운용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형 운용사의 사모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대형사의 대형 공모펀드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IFRS '폭탄'으로 운용사 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사모펀드 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사는 이미 사모펀드 자금 중 일부를 공모펀드나 일임으로 돌려놨다.

이 사모펀드는 은행의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것을 말하며, 개인 고객들이 은행을 통해 가입한 사모펀드는 제외다.



업계 관계자는 "IFRS를 도입하면 사모펀드의 회계 처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은행이나 보험사가 자금을 회수해 공모펀드나 일임으로 전환을 하려고 한다"면서 "고유자금으로 운용되는 사모펀드는 업체별로 1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일임으로 전환해도 펀드 자산별로 매일 회계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수탁사를 통해 정보를 넘겨받아야 하니 '한 다리'건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결산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일이 복잡해진다. 전산상의 애로도 있다.


간편한 방법은 공모펀드로 바꾸는 것. 단일 기관의 투자금이 펀드 설정액의 50%를 넘지 않는다면 연결재무제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관별로 고유자금 규모가 수조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소형 공모펀드보다 대형 공모펀드로 이동이 불가피하다. 그래야 투자금이 50%를 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중소형운용사 위주로 IFRS 폭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대책을 마련 중이긴 한데 사모펀드 위주로 운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자금이 빠져 나가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임 운용사로 선정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대형사에 치일 수밖에 없고, 일임과 펀드의 운용방식도 달라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대형 공모펀드가 있는 것도 아니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 공모펀드를 갖고 있는 운용사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사모펀드에 빠져 나온 자금이 대형 공모펀드로 이동을 할 경우에 반사이익을 톡톡히 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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