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기업 비리척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머니투데이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 교수 2010.11.25 10:30
글자크기
[MT시평]공기업 비리척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각종 공기업 비리 실태가 그 규모와 범위에서 예년보다 더 악화된 모습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 또한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공기업의 급속한 부채 증가와 만성적인 적자경영 때문에 앞으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 그 충격 또한 더욱 크다.

이번에 드러난 비리사례들을 살펴보면 과도한 성과급 및 고액 연봉 지급, 불공정인사, 퇴직금 과다 지급 등 이루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경우 부실경영으로 빚은 30조원이 넘고 적자도 3조원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이번에 성과급으로 지급한 금액이 무려 26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거액의 성과급 지급도 기관 경영평가에서 '탁월'에 해당하는 S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인원과 예산을 들여 시행한 경영평가가 나눠먹기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은 정말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로밖에는 볼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이렇게 부실경영을 일삼으면서 억대 연봉자의 수는 공기업(전체 2979명)들 중 758명에 달해 가장 많다. 이 숫자는 지난 5년 사이(2006∼2010년)에 400% 증가한 결과라고 한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임금피크제를 도입·실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연봉 총액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859억원이던 791명의 임금 총액이 시행 후 1315억원으로 늘어나 결과적으로 1인당 평균 65% 증가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는 물론 당초 임금피크제 도입 시 이사회에서 △임금 총액을 늘리지 않고 △임금피크제 실시 직전 임금의 70% 미만이 되게 하며 △임금피크제로 정년이 연장된 인원이 신규 채용인원보다 적어야 한다는 전제조건들을 결의했지만 실제로 임직원의 이익을 위해서는 아무 효력이 없었다. 신청자의 임금은 기존 80% 수준을 유지할 뿐 아니라 당초 차장·과장급 이하로 제한한 것을 간부급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공기업의 비리 행태는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두고 야기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죽하면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공기업의 비리행태를 꼬집어 '공기업 천국'이란 말로 비판했겠는가. 엄청난 빚을 떠안고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공기업이 부실경영을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찾기보다 국가재정으로 자기들 이익 챙기기에만 주력하는 모습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비리행태가 척결되지 않는 한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그동안 경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한전은 더 나아가서 그동안 개혁안으로 고려한 5개 화력발전 자회사 통합마저 정부의 전력사업구조 개편안에 따라 철회하고 이번에는 정부의 감독 하에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도, 한전도 개혁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정부의 뜻대로 할 것이라면 한전이 구태여 공사 이름을 내걸고 책임경영과 개혁을 주도해나간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결국 정부나 한전이 부실경영과 비리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외형적인 모습 바꾸기 만으로는 결코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이는 일찍이 공기업의 민영화로 세계 제1 항공사로 올라섰던 일본항공(JAL)의 몰락이 잘 보여주고 있다. 공기업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기업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비리관행부터 척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