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브레튼우즈 체제의 서울 리노베이션

머니투데이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2010.11.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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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브레튼우즈 체제의 서울 리노베이션


신흥경제국으로서는 한국이 처음 의장국이 된 G20 서울정상회의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G20회의의 의제로 환율,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 개혁, 개발을 제시했다. 이 의제들은 큰 틀에서 보면 1944년 브레튼우즈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의 생각과 대체로 일치한다. 즉 서울 G20회의의 핵심은 브레튼우즈체제의 개혁과 강화다.

브레튼우즈체제의 출발점은 1930년대 각국의 경쟁적인 자국 통화가치 절하에 의한 보호무역정책의 난무로 국제무역과 금융의 마비를 초래했고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라는 인식이었다. 회원국의 환율과 외환잔액에 초점을 맞추는 세계 단기금융기관인 IMF 설립으로 국제무역 자유화의 토대인 환율안전장치가 마련되었고, 전후 선진국 복구와 개도국 개발에 필요한 자본투자를 원활히 할 목적의 장기금융기관으로 세계은행(IBRD)이 창설되었다. IMF, IBRD의 자매기구로 설립이 추진된 ITO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사실상(de facto) 국제기구화해 WTO가 설립될 때까지 40년간 국제무역 자유화에 기여하게 된다. 이 브레튼우즈체제는 국제통화(환율), 국제투자, 국제무역이라는 각기 다른 기능과 수단의 유기적 활용으로 세계무역 자유화 및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다.



그러나 이 세계 금융시스템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및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에 미숙했고, 소비주도형 미국과 생산·수출주도형 중국 사이의 심각한 무역불균형에 대하여 합당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는 GDP 대비 약 5%며 독일은 6%를 기록한 반면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GDP 대비 3%를 기록하고 있다. 과도한 국제수지 흑자는 무역 상대국의 국내 수요를 고갈시켜 경기회복과 성장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경주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과 평가절하 자제에 합의했다. 특히 미국이 제안하고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에 힘입어 잠정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 바 2015년까지 무역적자나 흑자를 GDP 대비 4% 이하로 축소한다는 무역불균형의 규모에 대한 기준설정은 새로운 해법이다. 2조달러 이상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당 6.8위안으로 고정된 환율정책을 고수하며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에 버티던 중국이 전향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인가. 사실 미국의 무역적자 누적은 장기적으로 수출주도형 중국에도 도움이 못된다. 또한 중국은 수출확대보다 내수를 진작해야 하고 오랫동안 방치한 임금인상과 건강보험 연금 교육 등 사회적 지출을 늘려 국민생활을 향상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경주에서 합의는 IMF 쿼터(지분)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6%포인트 이상 이전하고 유럽이사 수 2명을 축소해 신흥국의 대표성을 제고하기로 한 것과 더불어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서울 G20 정상회의가 기념비적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객관적 평가, 국제수지 흑자와 적자에 대한 구속력 있는 목표 설정, 중국 독일 등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실질적 이행을 담보할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중국은 위완화 절상 등의 조치를 통해 수입을 늘리고 수출을 줄여 국제수지 흑자를 감축해야 한다. 여기에 현재 교착상태인 DDA 10년 협상 타결을 위한 정치적 결단까지 도출되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가. 아무튼 브레튼우즈에서 시작된 세계무역 자유화의 확대의 길은 서울에서도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가 알찬 성과를 거두어 브레튼우즈체제의 서울 리노베이션으로 길이 기억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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