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신규투자 유치 사실상 '무산'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11.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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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보증 4750억원중 4개사 1050억원만 확정, 역세권개발법 적용 등 앞날 캄캄

"6개 대형건설사를 방문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으며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기업도 3곳이나 된다. 경쟁을 벌였던 프라임-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속했던 기업들도 마지막 투자기회로 보고 있어 4750억원 지급보증은 무난할 것이다."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신임회장이 지난달 13일 취임직후 자신있게 밝힌 신규투자 유치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투자를 확정한 기업은 LG전자, 화성산업, 귀뚜라미보일러그룹, 김앤드이(기계설비업체) 등 5곳에 불과했다.



지급보증 규모도 당초 목표액인 4750억원의 22%인 1050억원을 받는데 그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용산역세권개발㈜는 최근까지 신규 투자자를 모집한 결과 LG전자(350억원), 화성산업(300억원), 귀뚜라미그룹(200억원), 김앤드이(200억원) 등 4개기업이 총 105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용산역세권개발㈜는 올해 납부해야 하는 토지대금 마련을 위해 총 9500억원을 지급보증할 외부 건설사를 모집했으며 이 중 1차로 절반에 해당하는 4750억원에 대한 투자 모집을 진행해왔다. 참여 기업 중 LG전자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공조시스템 및 빌트인 가전 수주를 목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보일러그룹은 사업지구내 빌딩의 냉난방시스템, 김앤드이는 기계설비공사 수주를 위해 지급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사는 대구소재 중견건설사인 화성산업이 유일했다.

당초 참여를 기대했던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의 참여는 없었다. 이와 관련 용산역세권개발은 그동안 협상을 벌여왔던 20대 대형건설사 3개를 포함, 7~8개 건설사들이 촉박한 공모일정과 국제회계기준(IFRS) 변수를 고려해 내년 1월에 추가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당장 지급보증에 나설 경우 연말 재무제표에 반영돼 내년 수주사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건설사들이 새로운 한도가 시작되는 내년 초로 공모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이들 신규 투자자의 지급보증 일정을 포함한 자금조달계획안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한 뒤 다음달 15일까지 코레일과 4차 계약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4차 계약이 마무리 되는대로 사업자 지정, 보상협의 착수 등 인·허가 절차를 재개할 계획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해외자금 유치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말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첫 해외 투자설명회에서 현지 초대형 투자회사와 최소 100억달러 규모의 이슬람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오피스빌딩 또는 상업시설에 대한 자산 선매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투자 유치가 저조하다는 점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또다시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자금조달 중책을 맡은 박해춘 신임회장이 우리은행의 C&그룹 불법대출 사건으로 수사대상에 오르내리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역세권개발법 적용도 난관이 만만치 않다. 역세권개발법이 적용되려면 역사가 포함돼야 하는데 용산역세권은 역사가 포함되지 않은데다 주민동의를 다시 받아야 해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의 지원없이는 역세권개발법 적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토부나 서울시의 경우 아직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실질적인 협의도 지지부진해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

대형건설사들의 참여도 아직 불확실하다. 대형건설사들이 IFRS가 시행되는 내년 1월 이후로 공모를 연기해달라고 했다지만 내년 건설부동산경기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고 빅5건설사들도 M&A,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의 여파로 투자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투자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사업여건이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신규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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