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배 업체들 "부동산 대책, 우리에겐 생존…"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2010.08.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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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배·장판 등 관련업계, 29일 대책 발표에 모든 관심 집중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주택 경기 활성화보다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게 더 기쁜 일이죠. 그런데 진짜 좋은 대책이 나오는 건 맞나요?"(서울 동작구 A이삿짐센터 관계자)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며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속앓이를 해온 이사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빠지며 규모가 작은 이사 관련 업계는 사실상 아사(餓死) 직전이다. 주택 거래가 실종되며 일거리가 턱없이 줄어서다.



◇이사·도배·공인중개사 "최악의 상황"
서울 관악구에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해 온 최모씨는 "이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라 요즘은 정말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그에게 거래 부진에 장마철까지 겹친 올 여름은 시련의 계절이었다. 최씨는 "인근 대학의 학생 이사 수요만 간간이 있는데 건당 5만원 정도 밖에 못받는다"며 "그렇게 해서 한 달 벌어봐야 100만원을 넘기겠냐"고 푸념했다.



경기 광주에서 조명 납품업을 하고 있는 B사 대표는 "시장이 얼어붙는 바람에 아파트를 새로 짓는 곳이 거의 없다"며 "납품을 하더라도 결제 대금 회수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도 마찬가지다. 2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서울의 공인중개사 1명이 거래한 아파트는 0.78개에 불과하다. 1명의 공인중개사가 6개월 동안 1건의 거래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인원도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줄어들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이달 마감된 제21회 공인중개사시험 응시자 수는 1차 12만1472명, 2차 13만5642명으로 지난해(1차 15만923명·2차 15만5024명)와 비교해 각각 2만~3만명 가까이 줄었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 인원은 지난 2007년 이후 줄곧 15만명 이상을 기록해 왔다.


경기 분당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누가 이 직업을 택하려 하겠냐"며 "은퇴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는 사람 정도가 응시하지 않겠냐"고 하소연했다.

◇정부 부동산 활성화 대책 '학수고대'
이사 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의 입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 총부채상환비율(DTI) 5~10%p 상향 조정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감면 혜택 연장 등의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포장이사를 전문으로 하는 박모씨는 "정부가 주택 거래가 살아날 수 있도록 응급조치나마 취해 준다면 우리 같은 업자들에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 발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서울·경기에서 도배와 바닥재 시공을 담당하는 최모씨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업계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일거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라 정부의 대책 발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테리어 전문업체 C사 관계자는 "주택이란 게 계약기간이 있어서 정부가 대책 내놓더라도 그 효과가 1년 후에 나올지 2년 후에 나올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발표만으로도 희망이 생기긴 하지만 우리같은 업자가 당장 실감할 수 있게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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