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 美 부동산 시장, 주택 투자 시대도 종언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08.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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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니그 연은 총재 "주택시장 투자는 실수"..고용부진-시장침체 악순환

"미국 주택시장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졌다",
"주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실수다",
"부동산 골드러시의 시대는 갔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온갖 암울하고 부정적인 진단이 쏟아진다.



특히 고용, 소비 부진이 장기화, 부동산 시장의 침체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주택이 더이상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도 나왔다.

◇"美 주택시장, 더블딥"=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미국 주택시장이 더블딥에 빠졌다"고 단정했다.



그는 "(24일 발표 예정인)기존주택매매가 400만건 수준으로 매우 취약해지면서 새로운 저점에 들어설 것"이라며 "주택 매매 규모와 주택 가격이라는 두가지 기준으로 볼 때 미국 주택시장은 더블딥에 빠져 있어 앞으로 주택가격이 분명히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월 기존주택매매의 전문가 예상치는 465만건으로 이는 전달의 537만건에서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500만건 이상을 유지하면서 주택시장 회복 추세의 근거가 됐지만 다시 400만건 대로 추락, 더블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셀리아 첸 무디스 주택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경우 주택 가격은 내년 초까지 5% 추가 하락하고, 2012년 초까지는 2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투자 시대의 종언?=주택시장의 암울한 전망이 단기적 가격 흐름에만 드리워진 것은 아니다. 심지어 주택 투자 시대의 종언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인들이 주택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기대한다면 그들은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3일 관련 기사를 통해 미국의 부동산 투자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NYT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이제 주택은 부를 쌓는 수단이 아니다"며 "20세기 하반기처럼 주택이 두툼한 보상금을 다시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 업체 퓨전IQ의 배리 리트홀츠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것은 일탈이었다"고 말했으며 부동산 전문업체 질로우의 스탄 험프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붐 때 만들어진 '부동산은 꼭 오른다'는 철칙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주택가격 지표인 케이스실러지수를 개발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사람들은 주택 가격 상승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하지만 20세기 전반기만 해도 집은 지금의 자동차와 같은 수단에 불과했다"며 주택이 본래 투자 대상이 아닌 소비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소비 부진, 경기침체의 악순환=미국인들 사이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지만 주택시장의 회복과 가격 상승이 이뤄지기에는 미국 경제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 특히 고용 부진에 따른 소비 침체는 주택시장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울러 침체된 주택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처럼 또다른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즉 고용과 주택시장 침체 간에 연결된 악순환의 고리가 보다 견고해질 수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용 회복이 없다면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택 압류가 늘 수 있고, 이는 향후 2~3년 동안 주택 공급을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할 것"이라며 고용 회복 없이는 주택시장도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월가 금융 전문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도 미국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입고 회복의 기회를 놓쳐 하반기 미국 경제가 아주 험난한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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