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중국의 우리나라 채권시장 진출과 의미

머니투데이 김경록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2010.08.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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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중국의 우리나라 채권시장 진출과 의미


중국이 일본채권과 함께 우리나라 채권을 사고 있다. 19일 장기 채권금리가 출렁거리고 중국의 한국채권 매수 관련 얘기들이 나돌면서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2조4500억달러 대비 중국의 한국채권 보유비중은 불과 0.14% 정도인데, 이 비중을 높이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해서다.

중국의 채권매수 행위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과도 직접 연관돼 있다. 과거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커질 때 상대 흑자국인 개도국에서 버블이 일어났다. 반면 이번에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주된 상대국인 중국이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를 국내에 풀지 않고 미국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미국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오히려 버블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아무리 인상해도 장기금리가 함께 상승하지 않은 그 수수께끼(conundrum)의 원인 중 하나가 중국의 미국국채 매입이었다.



중국이 만일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나라 채권을 계속 매입한다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까. 우선 환율문제다. 지금까지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은 주로 차익거래 등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환헤지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환율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으로 투자되는 자금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이 달러 외환보유액으로 주변국 채권을 매수하는 것은 마치 위안화의 절상압력을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통화절상을 통해 완화해보려는 듯한 생각도 갖게 한다. 원화가 불안할 때는 중국의 채권매수가 도움이 되겠지만 절상추세에서는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

둘째,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마 중국은 장기 국공채 위주로 매수할 것이다. 우리나라 10년 금리가 4.6%고 미국 10년 금리는 2.6%다. 투자 차원에서도 좋은 물건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는 그 반대로 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7월에 금리를 25bp 인상했지만 10년 금리는 그 이후에 오히려 40bp 정도 하락했다.



셋째, 통화의 독립성 약화다. 중앙은행은 단기금리를 변화시키고 이것이 시장의 지렛대를 통해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는데, 그 지렛대가 말을 안듣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장기금리에 대부분 민간부채가 연동되어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민간부채는 단기금리에 연동되어 있어서 그 정도가 실질적으로는 약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면 굳이 단기변동금리로 차입할 이유가 적어진다. 현재 가계부채는 대부분 단기변동금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의 비중이 낮아질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생명보험사들은 부채금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다. 따라서 장기금리가 하락하면 부채가치가 자산가치보다 더 빨리 커지면서 순자산 가치가 떨어진다. 소위 엉뚱한 데서 날아오는 짱돌을 맞게 되는 것이다.


당국은 외국인의 국채매수를 반긴다고 했다. 맞는 방향이다. 앞으로 고령화로 재정수요가 증가할 텐데 국채발행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민간의 투자를 구축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는 경제활동의 근저를 형성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데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환희와 두려움은 주식시장에서 나타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채권시장에 있다. 채권시장을 모르고서는 금융의 사이클을 알 수 없다. 중국의 우리나라 채권시장 진출로 인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행태와 그 영향이 과거 몇년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이것저것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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