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성공투자의 조건

머니투데이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이사 2010.08.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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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성공투자의 조건


20년 넘게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면서 발견한 사실 중 하나는 주식투자에 성공한 투자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시적인 성공을 거둔 투자자는 적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지속한 경우는 일반투자자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매우 드물다. 투자라는 이름의 게임에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으로도 넘기 힘든 어떤 어려움이 내재한 것이다.

그 어려움이 무엇이며,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우리 시대 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은 압축적이고도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투자는 아이큐 160인 사람이 130인 사람을 이기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 아니다. 이 게임의 본질은 합리성이다." 버핏의 뛰어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이 말 속에는 투자와 관련해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다.



그것은 첫째, 합리성이야말로 성공투자의 절대적 조건이며, 둘째 지적 능력이 합리성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투자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비합리적 존재라는 사실이다.

근대화의 과정을 거친 우리로선 인간이 비합리적 존재라는 사실을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정당화는 계몽주의 시대에 본격화되었다. 그것은 인간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취한 지식, 그리고 신으로부터 독립한 자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이러한 인식, 즉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은 칸트에 이르러 정점을 형성했고 소위 모더니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흔적을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이 새겨놓았다. 경제학의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나 효율적 시장가설을 접하면서 우리는 그 흔적의 깊이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심성의 바탕에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이성적 요소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의 고전 '예기'에서는 인간을 칠정(七情)으로 묘사했고 프로이트는 무의식으로 설명했다. 심지어 모더니티의 적자(嫡子)라고 할 수 있는 경제학에서조차 이제는 비합리적 인간모형이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많은 학자의 연구를 통해 인간은 근시안적이고, 탐욕의 유혹에 약하며, 손실 회피 성향이 과도하고, 자기과신이 지나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모든 속성은 분명히 비합리적이다. 중요한 사실은 버핏이 간파한 것처럼 그 비합리적 속성이 모두 성공투자에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비합리성은 제어할 수 없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비합리적 속성을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이는 투자 실패의 반복으로 이끄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투자원칙을 세우고, 그 의미를 이해하며, 엄격히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하들의 귀를 막고 자신의 몸을 기둥에 묶었다.

투자의 세계에서 우리는 내부로부터 솟아나오는 사이렌의 노래, 즉 감성적 충동의 유혹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합리적 투자원칙이라는 기둥에 자신을 묶어둠으로써 그 유혹을 극복할 힘 또한 얻을 수 있다. 어떤 종류의 기둥을 마련할 것인가는 물론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많은 위대한 투자자가 장기적 관점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는 사실만큼은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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