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은행이나 은행계열사(증권사 포함)들은 유가증권이나 상품의 단기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트레이딩업무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미국 정부채권을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딩, 유가증권 인수나 시장조성 등 고객을 위한 트레이딩, 헤징에 필요한 트레이딩을 제외하고 트레이딩업무는 일절 영위할 수 없다.
볼커룰은 은행과 은행계열사가 모두 규제대상이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은행보다 은행계열 증권사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은행은 주식투자를 할 수 없으며, 회사채 투자도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은행들이 활발한 트레이딩을 행하기는 쉽지 않았고, 이에 따라 대규모 트레이딩업무는 은행이 아닌 은행계열 증권사의 몫이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업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 개혁법에 포함된 고위험 증권업무 제한 조치는 은행이 아닌 은행계열 증권사를 겨냥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은행이 포함된 금융그룹은 위기시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될 개연성이 크다. 이처럼 개별 금융기관의 실패 위험을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면 해당 금융기관 역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따라서 은행이 포함된 금융그룹은 고객, 즉 자금수요자와 공급자의 간극을 메우는 금융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볼커룰이 은행계열 증권사의 고위험 증권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고객의 수요에 부응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사실은 볼커룰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앞으로 볼커룰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은행이 포함된 금융그룹의 모험자본 공급은 어느 정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험자본은 국가경제의 활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볼커는 은행과 계열관계가 없는 순수 증권사나 헤지펀드, 사모투자펀드가 모험자본의 공급통로가 되어야 함을 누차 강조해왔다. 납세자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곳에서 모험자본이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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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커룰이 법제화됨에 따라 앞으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도 유사한 규제를 채택하도록 강하게 압박해올 것이다. 이에 따라 싫든 좋든 은행업과 고위험 증권업 간의 담쌓기 문제는 당분간 국제적인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떠한 방안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모험자본의 지속적인 공급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