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존 전주들은 수난을 겪고 있다. 부동산담보대출을 해줬던 사채업자들이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최근 검찰이 상장폐지 기업의 '먹튀'를 막기 위해 날카로운 수사의 칼날을 겨누고 있어서다.
◇수사 '스콜'에 준법정신 높아진 사채업자=며칠 전 명동 사채업자 A씨는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고 왔다. 잔고증명을 해준 코스닥회사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다른 사채업자는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옆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니 겁나서 이사 가는 사채업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금조달 시장과 기업어음(CP)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유상증자 등은 그나마 명동 사채시장을 지탱해줬던 시장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이 시장 접근 역시 매우 조심스러워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A씨는 "그동안 감시가 심해지면 BW, CB 등의 금리가 올라갔는데 요즘에는 검찰의 조사 강도가 너무 심해서 오히려 금리를 철저히 지키는 분위기"라며 "중소기업에 자금을 줄 때도 등록된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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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뿐 아니라 최근 명동 사채업자들은 대부분 법정금리 이내에서만 대출해주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법정금리 이상의 금리를 받으면 원금 회수도 힘들 정도로 악덕업자로 몰릴 수 있어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비롯한 모든 금융회사의 최고이자율은 44%이다.
◇부동산 침체 '허리케인'=부동산 담보대출을 주로 했던 사채업자들은 아예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망했다는 말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명동 강남 종로 할 것 없이 부동산담보대출을 해줬던 사채업자들이 아예 업을 포기하고 정리해버린 것이다.
명동 사채업계 관계자는 "제가 아는 분도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안돼서 알아보니 담보가 잘못 돼서 해외로 떠난 것 같다"며 "자기 돈 뿐 아니라 전주들의 돈까지 끌어들였는데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도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대부업협회에 나오던 담보대출 전문업자들 중에도 연락이 안되는 사람이 있다"며 "부동산 침체가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명동시장에는 재벌의 '세컨드'가 H사 및 특급호텔의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시장에서 현금 확보가 싶지 않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