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재 왜 늑장" 美, 한국에 내심 못마땅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제공 2010.08.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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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대(對)이란 제재 동참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를 주시하는 미국 정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늦어지는 데 대해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이 직접 한국 내 여론과 동향을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져 한·미 간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형국이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대이란 제재가 효과를 거두려면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호주·캐나다 등이 독자적인 제재 방안을 발표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동참이 이어져야 촘촘한 제재 그물망으로 이란을 고립시켜 핵무기 개발 포기를 유도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개월 전부터 적극적인 동참 요청에도 불구, 한국 측의 신속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자 우려와 함께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공개적으론 밝히진 않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 제재 문제는 백악관 최고의 관심사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들이 직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6월 캐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란 제재 문제가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란 제재를 둘러싼 한국 내 여론이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의 경제적 손실에만 집중되고 있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한다. 여기에 북핵 문제로 핵 확산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이 단기적 이익에 매달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놓치고 있다는 불만도 적잖다.

이런 분위기로 한국이 선제적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란 제재법에 의해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상황이다. 7월 1일 발효된 이란 제재법은 제재 대상인 이란 기업과 거래한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 금융시스템과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2차 보이콧’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법에서 예외적으로 규정한 제재 면제의 경우도 ‘이란 제재에 긴밀히 협력하는 국가’에 한해 시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현 한국의 대이란 제재에 대한 협력 수준은 최하위권으로 미국 내에서는 분류되고 있다. 실제로 미 회계감사원(GAO)의 조셉 크리스토프 국제담당 국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 나와 한국의 협조 정도를 중국·인도·러시아 수준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선 이란 제재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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