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킹메이커' 부상…이재오 vs 박지원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08.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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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고난 딛고 재부상…대선구도 안갯속 향후 행보와 비중에 관심 쏠려

여러 인물이 경쟁하는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에는 늘 '킹메이커'들이 등장한다. 킹메이커는 때로 왕이나 주군보다 더 주목 받으며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도 한다. 역사 평가에서 유비를 앞지른 삼국시대 제갈공명이 대표적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에 나란히 킹메이커가 떴다. 바로 한나라당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65·4선)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68·재선)다. 두 사람은 차이점 못지 않게 비슷한 점을 많이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의 역할에 따라 여야의 대선 경쟁과 결과는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고난을 딛고 다시 전면으로= 두 사람은 현 한국 정치계의 간판급 스타다. 하지만 지금에 오기까지 여러 난관을 겪었다. 둘다 '백의종군'이란 승부수를 통해 화려하게 정치무대에 복귀했다.

여야 '킹메이커' 부상…이재오 vs 박지원


이재오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공신이다. 하지만 '정권 2인자'의 위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 미국으로 떠나 10개월 가량 은둔했다. 귀국 후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그의 정치복귀는 안갯속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7·28 재보선에서 '나홀로 선거', '친서민 행보'를 통해 장상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이어 당선된 지 11일만에 특임장관에 내정됐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정책기획수석, 정책특보를 역임하며 실세 중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참여정부에서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르며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는 듯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2007년말 복권된 뒤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다.
여야 '킹메이커' 부상…이재오 vs 박지원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든 지 불과 일주일만에 20표를 얻은 저력을 발휘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정책위의장에 임명돼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입지를 강화했고 올 5월 원내대표에 올랐다. 그는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해 잇따라 이슈를 터뜨리며 남다른 정보력과 네트워크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킹메이커냐, 대권주자냐= 정치권은 이 후보자와 박 원내대표의 행보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있다. 둘다 킹메이커 역할을 넘어 아예 대권주자로 발돋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

게다가 6·2 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세대교체 바람에 휩싸여 있다. 6·2지방선거에서 야권의 486세대가 급부상한 데 이어 여권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등장하는 등 여야간 '세대교체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여야의 차기 대권구도는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 후보자,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전 대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정두언·나경원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도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자는 특임장관을 맡음으로써 '대선 교통정리'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특임장관으로서 당·정·청간 실질적인 소통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정치 중량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권 주자를 세우는 과정에서 후보간 전략적 이합집산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 '이재오계'를 거느리고 있는 이 후보자는 자체 추진력도 갖고 있다. 8·8개각을 놓고 '인턴 총리' 위에 '특임 총리'가 올랐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대선을 위해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손학규 상임고문 등 '빅3'의 출마가 유력하지만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등 486 대표주자들이 차세대 리더로 떠올랐다.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도 이에 해당된다.

이런 가운데 박 원내대표는 "나는 광화문(청와대)을 향하는 믿음직한 기관차를 몰고 주인공을 내려놓은 뒤 회차하겠다"며 공언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창출의 주역, 풍부한 국정수행 경험 등을 지닌 그가 대선 가도의 기관차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상황에 따라 박 원내대표가 '치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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