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밀 수출규제 검토…수급대란 조짐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8.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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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밀 공급 걱정없다"..러시아는 물가 모니터 시동

러시아의 가뭄 탓에 세계 밀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밀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규제가 현실화되면 세계 밀 가격과 공급량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반면 UN은 세계 밀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지적, 불안 차단에 나섰다.



가격 급등, 수급 비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곡물조합 아르카디 즐로쳅스키 회장은 5일 러시아 당국이 곡물 트레이더들의 요청에 따라 밀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월물 밀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전날 부셸 당 7.6475달러를 기록, 2008년 9월 이후 22개월래 최고 수준을 보였다. 9월물 밀 선물도 최근 7.32달러를 찍으면서 22개월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프로페셔널 파머스 아메리칸뉴스레터의 브라이언 그레테 선임 애널리스트는 "일부에선 사재기가 벌어졌고 급속히 확산되는 투기수요가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의 경우 전날 러시아산 밀을 톤 당 252~270달러에 구매했다. 이는 지난달 말 238달러에서 크게 뛴 가격이다. 그레테는 "이집트는 밀 수급을 우려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불안 확산에 UN "괜찮다"= 사정이 이 쯤 되자 UN이 조기 진화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UN 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수확이 감소하고 선물시장에 투기세력까지 가세, 2007~2008년 식량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런다는 보장이 없다"고 일축했다. FAO는 현재 곡물시장이 2008년 위기 때보다 매우 안정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FAO는 다만 세계 밀 생산량을 당초보다 2500만톤 줄어든 6억5100만톤으로 낮춰 잡았다. 이어 러시아에 가뭄이 계속되면 올해뿐 아니라 2011~2012년 작황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민간 조사기관에선 올해 세계 밀 수확량을 FAO 전망보다 낮은 6억3000만톤으로 내다봤다. 밀 공급 차질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도 물가 비상= 러시아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 반독점국(FAS) 이고르 아르테메예프 국장은 가뭄 영향으로 식료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지 않는지 집중적으로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의 연간 인플레 전망은 올해 6~7%, 내년엔 5~6%였다. 하지만 러시아 도이치뱅크의 야로슬라프 리소볼릭 대표는 올해 8.1%의 인플레를 예상했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곡물 작황이 타격을 받고, 이것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곡물 재고는 2150만톤, 이 가운데 정부 비축량은 950만톤이다. 러시아 투자은행 트로이카 디알로그는 현재로서 곡물 재고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울 만하다면서도 소비자 부문에서 올 3분기에 부정적인 가격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알파은행 나탈리 오를로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곡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율을 최대 1.7%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물가가 뛰면 소비자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실질성장률도 저해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변화가 없더라도 경제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곡물 작황뿐 아니라 폭염에 조업을 쉬는 공장이 늘어 산업생산이 위축되는 것도 러시아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기상청은 다음 주 중부러시아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평균 섭씨 8도 높은 42도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불 위험도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선 17개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7곳에는 연방정부의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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