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빅은 '히든 챔피언'…애국심 마케팅 안해도 1등 자신"

머니투데이 김종석 기자 2010.08.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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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C EO 열전]문경안 볼빅 회장

편집자주 볼빅 문경안 회장은 골프업계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인사다. 최근 시니어, 아마추어, 프로 등 다양한 골프대회를 적극 지원하며 한국 골프발전에 앞장서 온 볼빅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업고 가장 비싼 가격대의 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기 본사에서 문 회장을 만나 골프에 대한 애정과 확고한 경영 철학을 들어봤다.

ⓒ임성균 기자 tjdrbs23@ⓒ임성균 기자 tjdrbs23@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한 일이 무엇입니까?"

문 회장이 제품 품질보다 먼저 꺼낸 얘기는 한국의 골프산업이었다. "그렇게 큰 기업들이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에서 골프대회 하나 여는 곳이 없습니다."

볼빅은 현재 '볼빅배 KPGA 챔피언스투어'와 '볼빅 라일앤스코트여자오픈' 등의 골프대회를 통해 거액의 현금과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지만 골프 산업 부흥을 위한 일종의 투자라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2009년 볼빅 인수후 포지셔닝 정비
오랜 시간을 유통업에 종사하던 문 회장은 지난해 볼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뒤늦게 진학한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읽은 '히든챔피언'이 볼빅 인수의 결정적 계기였다.

"우리나라 중소업체 중 세계 1등 기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한 기업들의 이야기가 담긴 히든챔피언이라는 책을 보고 나 역시 이러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 구력에 신원CC 클럽챔피언을 지내기도 했던 문 회장의 눈에 띈 것이 국산 볼 생산 업체인 볼빅이었다.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인수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볼빅이 가지고 있던 기술이 이미 세계적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만 잘 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임 후 문 회장은 곧바로 볼빅의 시장 위치를 파악했다.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을 짜기 위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조사했더니 '볼은 좋지만 내 돈 주고 사기엔 뭔가 부족하다'였습니다. 가격대도 애매한 중저가였습니다."

문 회장은 골프에서만큼은 '하이 프라이스(high price), 하이 퀼리티(high quality)'가 성립된다고 믿고 있었다. 당장 투 피스 볼 생산을 중단하고 쓰리 피스와 포 피스 생산에 매달렸다. 가격도 메이저급으로 책정했다.


"특정 볼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충성 고객은 20%에 불과합니다. 80%는 유동층입니다. 이들은 판매자나 주변사람의 권유 혹은 상급자가 쓰는 것을 따라 쓰는 경향을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나타를 이길 수 있는 중형차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K5가 소나타를 추월했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선수 후원으로 시장 저변 확대
"양궁의 삼익스포츠를 아냐"며 문 회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올림픽 양궁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싹쓸이 하자 외국의 양궁 제조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국내기업인 삼익이 양궁을 자체 생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94년 처음 선수들이 삼익의 양궁채를 들고 나갔는데 창피해서 상표를 가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세계 5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전문 양궁 제조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선수들의 의식 개선을 주문했다. "우리나라 선수들 외국 브랜드 좋아합니다. 양용은 선수가 메이저대회 우승 후 감격에 겨워 자신의 가방을 번쩍 들어올렸죠. 덕분에 그 브랜드의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후원기업없는 무적선수로 남아있습니다."

"외국기업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투자를 안 합니다. 공장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수층이 너무 얇습니다. 진입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이러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이 산업입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해줘야 선수층이 넓어지고 산업도 선순환하는 것인데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일본의 바이어와 만났던 일화도 들려줬다. "일본 수출을 위해 바이어를 만났는데 그가 '최경주, 양용은, 신지애 같은 한국선수들도 안쓰는 제품을 왜 우리한테 팔려고 하냐'고 묻더군요."

볼빅은 적극적인 프로 선수 후원으로 차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 프로 선수와 티칭 프로 등을 모두 합쳐 약 80명 규모의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대회에 참가할 때 볼빅 볼을 사용한다.

지난해 11월엔 볼빅 볼로 우승하면 1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공약을 하기도 했다. "시니어 대회를 후원하면서 조건을 걸었습니다. 대회 참가선수는 반드시 볼빅 볼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었습니다. 반발도 많았지만 강행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품질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국산은 싼 볼만 만들라고? 품질로 승부할 것
문 회장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은 할 생각조차 없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무엇보다 방향성을 강조한다. 볼빅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유난히 홀인원을 많이 하는 이유란다.

실제 볼빅 소속의 배경은(24)은 ADT캡스에서 홀인원을 하며 우승 상금보다 비쌌던 고급 승용차를 부상으로 탔다. 지난 6월엔 배용준이 볼빅 '비스타iV 4Pc' 제품으로 마이다스밸리CC의 밸리 7번홀에서 홀인원을 하기도 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편심이 없어 방향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볼빅의 자체 노하우로 이너코어를 만들어 건조시키고 이것 자체로 아웃코어에 붙인다. 열에 의해 숙성시키고 그 과정이 일주일이나 걸린다고 한다. 다른 제품에 비해 공정이 길어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불량률이 낮은 이유다.

ⓒ임성균 기자 tjdrbs23@ⓒ임성균 기자 tjdrbs23@
볼빅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컬러 볼'이다. 축구나 농구의 공이 기존의 흰색에서 탈피해 점점 세련되고 화려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골프 역시 컬러 볼의 사용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기존의 컬러 볼들은 딤플이 메워지기 때문에 거리 손실이 있었다.

반면 볼빅의 컬러 볼은 안료의 양이 화이트 안료에 비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수지 본래의 물성이 불순물인 안료의 영향을 덜 받게 돼 오히려 성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현재 세계 골프시장에서 칼라 볼의 비율이 약 20%인 것을 감안했을 때 도입 초기인 우리나라에서의 선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볼빅은 현재 약 30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예전엔 바이어들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오히려 바이어들이 먼저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문 회장은 동남아와 중국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문 회장은 '5%는 R&D, 1%는 디자인에 투자한다'는 경영 방침을 정해 놨다. 최근엔 CI와 케이스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3년 내 국내 시장점유율 50%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가치와 소중함 때문에 사용하기 아까울 정도의 명품 볼을 만들겠다"는 게 문 회장의 야심찬 계획이다.

* 볼빅 Volvik의 의미 : Vol(Volare, 날다) + vi(victory, 승리) + k(korea,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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