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자리 안 늘어나고 실업률 높은 이유

머니투데이 쑤저우(중국)=홍찬선 부국장겸 금융부장 2010.07.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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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삼성 쑤저우(蘇州)반도체 공장과 친서민정책

한국에서 일자리 안 늘어나고 실업률 높은 이유


경제는 숫자다. 경제성장률, 주가지수, 대출금리, 실업률, 아파트값, 학원비, 점심값….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숫자와 연결돼 있다. 어떤 숫자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어떤 숫자는 고통을 주며, 사람에 따라 숫자의 의미가 달라지지만 어쨌든 경제는 숫자다.

토요일이던 지난 24일 오후. 삼성반도체의 중국 쑤저우공장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숫자가 많았다. 주5일제로 대부분은 휴일이지만, 이 공장은 D램 생산으로 분주했다.



그렇다고 일반 제조 공장처럼 부산한 것은 아니다. D램 생산라인에는 우주복을 입은 여직원 몇 명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생산이 모두 자동화돼 여직원 한명이 기계 40대를 본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공장이 도서관처럼 조용한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D램 전체의 70% 정도가 이곳에서 제조된다고 한다.

삼성전자 쑤저우 반도체공장 담당자가 웨이퍼에서 D램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쑤저우 반도체공장 담당자가 웨이퍼에서 D램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쑤저우공장은 상하이에서 후닝고속도로(상하이와 닝포를 잇는 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시간30분쯤 달리면 닿는 쑤저우공업단지(蘇州工業園區)의 외국인투자 1호 기업이다. 이곳엔 반도체 외에 LCD와 컴퓨터, 그리고 가전 등이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2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공장 면적은 74만평 정도 된다. 지난해 매출은 100억달러, 올 매출 목표는 20% 늘어난 120억달러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2만명 가량된다. 한국에서 파견된 사람은 8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중국인이다. 이곳에 진출해 있는 삼성 협력업체도 400여개나 된다. 이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일자리가 몇 개 생겼을까? 여러 가지 숫자 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또 다른 숫자다.

삼성의 쑤저우공장과 관련된 숫자 외에 이곳은 더 많은 숫자가 있다. 싱가포르 정부와 함께 1989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쑤저우공업단지. 이곳 면적은 2억8800만평방미터(약9000만평)나 된다. 싱가포르에서 조성한 공업단지답게 아주 산뜻하다. 찐찌후(金鷄湖)라는 인공호수를 만들고 바둑판처럼 길을 닦았다. 외국인학교가 있어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다.


게다가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특별세관을 설치해 통관관련 업무를 한번에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외환관리마저 독자적으로 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9가지 관련 업무를 하나로 묶어 종합처리한다는 ‘지오통이핑(九通一平)’으로 외국인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공장을 제1호로 하여 지금까지 이곳에 진출한 기업은 3400여개, 투자금액은 361억달러에 이른다. 1960년대부터 작년말까지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자금이 908억달러인 것과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다. 361억달러 중 미국이 49%로 가장 많고 일본이 22%로 2위다. 한국은 18%로 타이완에 이어 4위다.

쑤저우공업단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숫자는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때부터 최고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일자리 만들기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광대한 시장과 파격적인 특혜, 싸고 경쟁력 있는 땅과 노동력…. 중국이 외국기업을 유혹하고 있는 것을 한국은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것은 물론 한국 기업마저 중국 등으로 떠나고 있다. 기업이 한국에서의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으니 일자리는 늘지 않고 경제 활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 세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2가지 불가사의가 있다는 우스개가 있다. 하나는 (돈벌이가 체질인) 중국이 공산주의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등의식이 높은) 한국이 자본주의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바로 이 시간에도 특혜를 내놓고 있는 쑤저우공업단지와 대기업을 불편하게 하는 한국정부. 이미 해외에서의 매출이 훨씬 많은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들이 한국에 남아 있는 이유가 있을까. 삼복더위보다 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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