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家長 정년보장, 자녀는 취업 때 가산점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겸 금융부장 2010.07.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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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출산율 높이기 ④=애 낳지 말라고 권하는 사회..활력 떨어지는 사회

다자녀 家長 정년보장, 자녀는 취업 때 가산점


“절대로 애를 많이 낳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얘기합니다. 한국에서 애 넷 낳아 기르는 게 너무 힘듭니다.”(대전 L모씨)

“셋째인 막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가끔 왜 낳아서 고생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모 금융회사 사장)

“요즘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애 낳아 교육시키기 힘들 정도로 임금이 낮고, 그래서 맞벌이를 하자니 애들 뒷감당을 할 수 없어 애 낳기를 더욱 꺼려합니다.”(김모씨)



애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구에 대해 국방의무와 대학입학 때 혜택을 주고, 무주택이란 조건 없이 아파트 분양 우선권을 주며, 국민연금 및 소득공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글을 보고 이메일과 전화로 의견을 보내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의견은 한마디로 ‘한국은 애 낳지 말라고 권하는 사회’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애를 셋이나 넷을 낳아 키워 보니, 다시 결혼한다면 절대로 애를 셋 이상 낳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애를 많이 낳으면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 나보다 못 살 수도 있는데 어떻게 애를 낳겠느냐”, “자녀를 공장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애가 넷이라서 애국자라는 립 서비스보다 훨씬 고통스럽다”는 하소연이다.



필자가 애를 넷 낳아 기르면서 느낀 것도 이들의 어려움과 비슷하다. 엥겔계수는 50%를 넘고, 넷에게 들어가는 학원비 등으로 월급은 턱없이 모자랐다. 매월 빚이 쌓이면 어쩔 수 없이 책을 써서 겨우 메우는 ‘생계형 출판’과 ‘땜빵 인생’을 살아야 했다. 결혼한 지 만21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흑자로 돌아서는 적자인생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 애가 넷이라고 지금까지 받은 혜택은, 작년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5만원 안팎하는 방과 후 학습비 보조(그것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만 있는 특혜라고 한다)와 소득공제 좀 더 받는 것밖에 없다.(그래도 필자는 서울 강남에 45평짜리 빌라를 갖고 있으며 직장도 번듯하고 애들도 밝고 공부도 잘한다. 그래서 다시 결혼하더라도 애를 넷 이상 나을 생각이다. 물론 집사람이 동의해줘야 하지만…).

이렇게 애 낳아 키우는 게 어렵다보니 말로는 애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 특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는 정부부처 관료들의 출산율이 평균보다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듣기 좋은 구호(Shibboleth)인 립 서비스로 끝나지 않고 실효성을 높이려면 애 낳아 기른 사람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을 듣고 그것을 해결해주어야 한다. 다음은 애 많은 사람들이 제시한 출산율 높이기 대책 아이디어다.

기업에서, 일반 기업이 어렵다면 적어도 공기업에서라도 다자녀 가정의 아이들에게 취업과 승진 및 근무지 등에서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또 아이를 많이 낳은 부모에 대해선 자녀의 교육을 끝마칠 수 있도록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필요한 경우엔 정년도 연장해 줄 수도 있다.

모기 눈물만큼 주는 다자녀 소득공제도 성년이 되면 없어진다. 대학교에 들어가 돈이 많이 들어갈 때 혜택을 줄어드는 만큼 최소한 대학 졸업 때까지는 다자녀 소득공제를 연장해줘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1970~80년대에는 “장수만세”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어르신들을 매주 소개함으로써 장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 또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게 등을 찾아가 문제점을 개선해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이런 점에서 “다자녀 만세”라든가 “다자녀 가구의 고민해결”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이가 많아서 좋은 점을 소개하고,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줌으로써 아이를 많이 낳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된 우리의 농촌은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인구감소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한국 사회 전체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지 않도록 권하는 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적은 사회다. 미래가 두려워 아이를 낳지 않는 우리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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