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용산·판교가 신기루였다고?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7.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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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용산·판교가 신기루였다고?


총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과 5조원이 투입되는 판교알파돔시티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용산과 경기 판교신도시라는 최고 입지에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두 프로젝트가 이런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상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두 프로젝트가 위기에 빠진 표면적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시장 경색과 부동산경기 침체 때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막히면서 토지소유권 확보를 위해 내야 하는 땅값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고 부동산시장 침체와 분양가상한제 등의 외부 충격으로 사업성이 악화돼서다.



민간사업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사업성 악화에 따른 적자 때문에 금융기관이 PF대출을 꺼린다며 토지대금 납부조건 및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코레일 등 발주자들은 법과 원칙을 내세워 돱민간사업자가 시한 내에 땅값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토지계약 취소가 불가피하다돲며 압박하고 있다.



실제 LH는 판교알파돔시티가 토지중도금을 내지 못하자 민간사업자를 대신해 2280억원을 대납하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코레일도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시한까지 토지중도금을 내지 못하면 원칙대로 계약을 취소할 것이라는 의지를 전달했다.

민간사업자들은 사업성이 없어 PF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금융기관과 땅값을 못내면 계약이 취소될 것이라고 압박하는 발주자 사이에서 고립돼 진퇴양난에 빠졌다. 불행히도 현재 민간사업자들에게 뾰족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결국 시장참여자간 극한 대립은 계약 취소로 이어지고 용산역세권과 판교신도시 중심상업용지는 도심 속 흉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용산역세권내 코레일시설들은 이전사업이 진행 중이고 판교신도시는 입주가 한창이다.


계약이 해지되면 모든 시장참여자는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하고 세계적인 개발프로젝트 무산으로 국민들의 기대편익도 없어지게 된다. 판교의 경우 입주민들이 편의시설 부족에 몸살을 앓게 된다. 잘잘못을 따지면 발주자, 민간사업자, 지자체 모두 할 말이 없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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