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드컵 광고 최소 3억~최대 101억 내라"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서명훈 기자 2010.05.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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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한국전 단독광고 불가...패키지 '끼워팔기' 극성

월드컵 독점중계로 논란을 빚고 있는 SBS (21,900원 ▼200 -0.90%)가 유례없는 초고가 월드컵 광고료를 책정, 월드컵 마케팅을 계획한 광고주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32강 한국전 1경기에 15초짜리 광고를 1번 내보내려면 최소 패키지상품 가격인 3억6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가 하면 한국전 매 경기에 7회 광고를 내보내는 풀패키지 상품의 경우 100억원 넘는 광고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업계는 100억원 넘는 광고상품이 나온 건 방송광고 사상 처음이라며 "비싸도 너무 비싼데 방송사라 대놓고 말도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30일 관련업계와 SBS가 광고주들에게 배포한 판촉책자 등에 따르면 SBS는 한국전에 광고를 내보내길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다른 나라끼리 새벽에 하는 경기까지 끼워서 사게 하는 패키지 판매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예선의 한국전에 3차례 광고를 원하는 기업들에 나머지 경기의 53차례 광고를 끼워 총 56차례의 15초짜리 광고시간을 '1패키지'라고 해서 14억4500만원에 파는 것이다. 한국전에만 광고를 할 수는 없다.



한국전 광고상품 가운데 가장 싼 것은 '실속형 패키지'로 3억6000만~3억8000만원이다. 한국전 1게임과 SBS가 자체 편성한 '하이라이트'나 개막공연 등을 끼워넣는 식이다. 가장 비싼 것은 1패키지의 7배인 101억1200만원짜리다. 한국전에 15초짜리 7회 광고를 내려면 이같은 천문학적 금액을 내야 한다.

재방송 광고 등을 덤으로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초고가 패키지상품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경기 직전 광고시간대를 잡으려면 경매를 통해 기본료의 50% 내외의 '자리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경기 중 4번(각 5초짜리)의 가상광고도 별도다. 한국전 3경기와 기타전 53경기를 포함해 24억원에 판매한다.


광고주들은 SBS의 이같은 한몫 챙기기식 광고영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SBS가 단독중계를 따내기 위해 6400만달러(약 760억원)의 거액 중계권료를 베팅한 뒤 이 부담을 기업들에 떠넘기고 폭리까지 취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는 이번에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방송 3사가 지급한 중계권료(265억원)의 3배가량을 베팅했다.

광고주들은 SBS가 이번에 이득을 보는데 성공할 경우 월드컵 때마다 단독중계를 따내기 위해 방송사들이 무리하게 중계권료를 써내 외화를 낭비하고 기업들은 그 부담을 떠안으며 파행을 돕는다는 눈총까지 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업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에 비해 부담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월드컵마케팅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기업들은 TV와 신문,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지만 SBS 부담 때문에 TV 광고만 하기에도 예산이 빠듯하다고 털어놨다.  

A기업 관계자는 "SBS가 대표팀 경기와 다른 나라의 경기를 묶어서 광고하는 패키지 형태로 광고시간을 판매하고 있다"며 "일반경기 광고는 독일월드컵의 2배, 한국전은 3배로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B기업 관계자는 "매체별로 이용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특성에 맞게 광고를 준비했다"며 "하지만 TV광고단가가 너무 올라 신문이나 인터넷, 잡지 등을 활용하는 것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SBS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에는 월드컵 광고를 일체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KBS나 MBC는 물론 신문이나 잡지에는 월드컵 광고를 싣지 못하고 있다.

C기업 관계자는 "SBS가 독점중계권을 따내 국민들의 월드컵 응원열기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과거에 없던 패키지상품과 가상광고, 재방송 광고, 라디오, DMB 등 수많은 광고상품을 만들어 무리하게 FIFA에 지급한 중계권료를 기업들의 '주머니'를 통해 거둬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SBS의 독점중계로 다른 선택의 길이 없어 이같은 무리한 요구에 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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