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SBS 단독중계' 제재 안하나 못하나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10.05.2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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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심경기만 공동중계 요구한 SBS가 성실협상 했다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중계 협상하라'는 시정명령을 어긴 SBS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SBS 봐주기'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4월 23일 방송3사에게 '남아공월드컵 중계협상을 4월 30일까지 마무리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방통위는 "방송사간 자율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방통위 바람과 달리 방송3사의 공동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KBS와 MBC 주장에 따르면, SBS는 구체적인 금액도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협상 자체가 진전될 수 없었다고 한다.
 
'공동중계' 협상은 끝내 결렬됐고, 방송3사는 그 결과를 지난 3일 방통위에 제출했다. 지난 25일 SBS가 '단독중계'를 공식 선언할 때까지 방통위는 20여일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7일 KBS는 기자회견에서 SBS를 형사고소한 배경에 방통위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들도 이 건에 대해서는 모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방통위 내부 전언에 따르면, 시정명령을 어긴 SBS를 제재하는 건에 대해 상임위원들간에도 이견이 있다.
 
어찌됐건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 태도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4월 30일까지 공동중계 협상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면, 마땅히 그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를 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시정명령을 어긴지 20여일이 지났는데도 방통위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것에 입방아를 찧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SBS가 '단독중계'를 공식화한 마당에 방통위가 시정명령 위반에 따른 제재조치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월드컵 행사 이후에 제재하려는 것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다. 온국민의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논리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6월 14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출장을 떠난다. 이 기간 중 남아공을 방문해 SBS팀을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초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월드컵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 상임위원뿐 아니라 방통위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SBS를 제재할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방통위가 공동중계를 명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또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SBS가 단독중계를 고집한 한국전 및 북한전, 일본전 등이야말로 국민적 관심행사에 해당되는 경기"라며 "이런 경기를 뺀 나머지 경기만 공동중계 한다면 공동중계가 성사됐어도 웃음거리가 됐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기관이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그 명령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주저하는 한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방통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것은 전적으로 방통위라는 규제기관이 책임져야 할 몫이겠지만, 지금 모습대로라면 앞으로 통신업계에 내려지는 많은 규제수단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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