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지난 25일 오는 6월 11월부터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단독중계하겠다고 했다. SBS는 이 발표에 앞서 이미 대형 음식점과 호텔, 지방자치단체 등에 "월드컵 방송을 틀려면 돈은 내라"는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SBS가 요구한 금액은 많게는 2억원에서 작게는 200만원에 이른다. 시청 등 길거리 응원전을 후원하는 기업들에게도 중계권료 외에 공공시청권료(PV)로 2억원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10명 이상' 모여서 단체관람하는 행사는 무조건 돈을 내야 한다는 SBS '엄포'에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을 가지고 시청앞에 모이자는 의견부터, 붉은악마 응원전을 방영하려면 1인당 1만원의 초상권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시민들도 있다. 심지어 어떤 시민들은 "돈놀이에 급급한 SBS가 미워서 집에서도 월드컵을 안봐야 한다"며 월드컵을 아예 보이콧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 2002년부터 월드컵 경기때마다 시청앞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일렁이던 붉은악마 응원전은 FIFA를 앞세운 SBS의 '돈욕심'으로 올해는 물거품이 될 판이다.
현재 SBS의 성장률은 전체 시장 성장률에도 못미칠 정도로 부진한 상태다. FIFA에 지불한 월드컵 중계권료를 6월에 모두 회수하지 못하면 SBS는 올 성장률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평상시 월 광고매출이 300억∼400억원에 맴돌고 있는 SBS는 6월 광고매출 목표를 1200억원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SBS는 이처럼 높은 매출목표를 잡아놓고도 중계권료를 충당할 수 없는지, 전국민들의 단체 응원전까지 돈을 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단체관람에도 '돈'을 요구하는 SBS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SBS는 하룻만에 입장을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SBS는 27일 '후원사가 없는 단체관람'을 용인하겠다고 밝히며, 악화된 여론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수만명이 모이는 단체응원전에 후원업체없이 진행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조삼모사'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SBS의 모습도 참 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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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SBS는 과연 월드컵을 중계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SBS는 유료방송을 포함하지 않으면 가시청권이 90%를 밑돌아 월드컵같은 스포츠경기를 중계할 수 없는 방송사다. 한마디로 법령에 규정된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도서·산간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번 월드컵을 아예 볼 수 없다.
국민재산인 주파수를 아무런 대가없이 이용하는 SBS가 국민의 시청권을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것도 모자라 단체 응원전까지 '돈벌이'로 악용하는 SBS는 이미 공공성을 상실한 방송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