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넛지

황인선 KT&G 부장 2010.04.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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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톡톡]'마케팅 환경의 두 흐름'

스마트폰과 넛지


요즘 기업마케팅 환경의 2가지 흐름을 보면 크게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으로 대변되는 IT환경의 변화를 하나 꼽을 수 있고 또하나는 '넛지'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트렌드를 짚을 수 있습니다. IT환경의 변화는 태풍급이죠.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가 출시됨으로써 통신과 출판, 방송·언론 등에 앱스토어 개발열풍이 불고 기업마케터들은 이를 리드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겁니다.

이 한편에 미풍처럼 살랑대는 것이 '넛지'란 개념입니다. "그 사람한테 슬쩍 찔러 넛지(정확히는 '넣었지')?" 하면 금방 아! 알것 같은 '넛지'(Nudge)는 영어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다'는 뜻인데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힌트라고 보면 됩니다. 암스테르담공항의 남자화장실에 가면 소변기 중앙에 파리가 하나 그려져 있는데 이를 본 남자들이 거기에 정확히 조준하려고 하면서 소변이 변기 밖으로 튀는 것을 80%나 줄였다는 게 '넛지' 사례입니다. 우리 화장실엔 '남자들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넛지' 문구가 있죠. 벽에 무섭게 그려넣은 가위에 비하면 어떤가요?



이를 체계적으로 방법론화한 '넛지'는 설득이론의 대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의 배다른 동생을 보는 듯한 책인데 '넛지'에서 제시하는 '선택설계' 개념은 설득의 달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심하거나 흥분상태 또는 관행적인 선택에서 오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선택설계는 어떤 금지조항이나 인센티브 없이도 사람들의 '선택설계' 시스템을 움직여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이죠. 의사들이 암환자에게 수술을 권할 때 "이 수술을 받은 사람 중에 5년을 경과하고 살아있는 사람이 100명 중에 90명"이라고 할 때와 "이 수술을 받고 100명 중 10명이 5년이 안돼서 죽었다"고 할 때 수술에 동의하는 비율이 달라지는데 이런 예들이 '선택설계'를 응용할 수 있는 것이죠.

이 '넛지' 개념은 벌써 기업상품화되고 있습니다. 창조경영아카데미 김영한 대표는 애플 앱스토어에 '넛지지수'를 올린 지 3일 만에 무료비즈니스부문 1위랍니다. 계단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계단을 피아노 소리가 나는 건반으로 설계한다든지 문화감성을 자극하거나 유명 명사와 제휴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하는 문화마케팅,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마케팅도 용어만 달랐지 '넛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선택을 바꾸는 부드러운 설계니까요. '넛지'는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넛지' 속담이고 "자기 오늘 열살은 젊어보인다"는 한마디가 "음식이 왜 이래"보다는 오히려 푸짐한 음식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넛지' 남편들은 이미 알고 있잖습니까.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1.2'를 읽어도 죽어라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안티넛지(Anti-Nudge)맨들에게 '넛지'가 과연 충격과 인사이트를 줄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세상은 항상 2개 축이 서로 밀고 당기죠.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주위 3m 바깥세상에는 관심이 없는 '3m 인간'들이 양산되는 반면 이들을 잡아 돌리기 위한 '넛지'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같이 발전하는 것처럼.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삼성생명의 10년 연속 세일즈퀸인 예영숙 팀장이 쓴 '고객은 언제나 나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에서 '진실하면 유창하지 않아도 통한다'고 했다는데 '넛지' 저자들은 이 말에 뭐라고 할지? 아마 어깨를 으쓱하면서 "넛지는 과학이야"라고 하겠죠. 어제의 과학은 오늘의 상식이 되고 오늘의 상식이 내일은 속담이 되는 법인데 말이죠. '넛지'는 우리 일상에 이미 있었다는 걸 알고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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