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란 건데 63빌딩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스마트폰이 건물을 인식하고 건물 내에 있는 몰이나 주요 공간들을 화면에 비춰주는 인터페이스 서비스죠. 사진이나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만큼 충격은 아니지만 이미 세상은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란 구분이 나올 정도로 스마트폰과 그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열풍이 뜨겁습니다. '아이폰'만 벌써 40만대가 나가고 LG도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한다죠.
이 증강현실이 주는 편익과 부작용(Side Effect)은 무엇일까요.
증강현실이 당장은 편리해 보이는데 기술은 불가사리처럼 자라는 속성을 가졌다고 볼 때 증강현실이 점점 질적으로 보강되면서 앞으로는 사람 얼굴에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인적사항까지 다 나올지도 모릅니다. 네이버에 이름치면 나오듯이. 그럼 명함이 필요 없는 거죠. "들이대봐. 다 나와." 흉악범 인식에는 도움이 많이 되겠는데 일반인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문제나 입력정보 조작문제는 어떻게 풀지.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그런 입력된 정보로서 현실이 편리하고 신기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무섭습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다음엔 무슨 현실이 올까?' '이런 것들이 과연 현실인가?' '도대체 현실이란 뭘까?'
사람은 날 수도 있고 우주를 탐사하고 바다를 잠수할 수도 있고 세컨드라이프에 자기 세계를 만들고 나 아닌 나인 아바타를 만들 수도 있지만 결국 돌아와 쉬는 곳은 스크린 밖에 굳건히 있는 땀과 오감과 실패와 눈물이 있는 땅의 현실 아닐까요. 그 현실에서 벗어날수록 인간은 심각한 정서적 장애를 일으킨다고 심리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3D 영화 '아바타'를 보고 미국에서는 우울증 증세에 심지어는 자살현상이 보고됐다고 합니다. 초고층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현실, 가상현실, 증강현실도 인간이 만들어낸 현실이지만 우리가 끝까지 잊어서는 안될 것이 바로 우리 정신과 영혼을 지탱해주고 안아주는 제일 현실, 즉 '마더 리얼리티'(Mother-Reality: 조작되지 않은 실재로서 현실)일 겁니다. 모든 현실의 어머니, 젖줄로서 어머니, 생생히 살아있는 육성과 사랑과 기억으로서 어머니. 지하철에 타는 순간 문자 찍고 DMB 보느라고 바로 옆 현실에는 관심을 꺼버리는 요즘 젊은층에게 증강현실은 더 마더 리얼리티에서 벗어나게 만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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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셨나요? 앨리스는 어릴 때 경험한 원더랜드 잔상으로 10여년을 엉뚱한 꿈을 꾸다 19세에 다시 언더랜드로 가서 하얀 여왕을 도와 붉은 여왕을 멸망시키는 마법의 해결사가 되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와 대륙으로 떠나는 걸로 끝납니다. 아바타와 달리 마더 리얼리티로의 귀환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한 눈은 뜨고 한 눈은 감는 게 행복한 삶이라 했으니 증강현실과 마더 리얼리티 사이에서 현명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야겠습니다. 재불승덕(才不勝德). 재주가 덕을 넘으면 위험하다고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