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횡단보도 앞. 5명의 남자가 허리를 90도로 구부리고 있고 그 위를 멋진 여성이 날렵하게 뛰어넘습니다. 1명, 2명… 5명. 사람들이 '뭐지?' 하고 바라보다가 일부는 잽싸게 카메라폰을 들이대겠죠. 여자가 5명을 넘자 남자들이 일어나서 플래카드를 쫙 펼치는데 거기에는 '짜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벽을 5번 넘었습니다. ○○자동차.'
사례 1, 2는 이른바 '퍼포먼스 마케팅'입니다. 비슷한 용어로 '플래시몹'(Flash Mob)이라고 있습니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깜짝쇼 같은 거. 일전에 외식업체가 스머프복장을 하고 지하철에 타서 사람들을 휘둥그레 만든 장면이 방송을 탔는데 참신했지만 기업 아이덴티티와는 관계가 약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간 방법입니다.
요즘 대중매체 광고효과가 떨어지자 BTL마케팅(TV 등 4개 매체를 제외한 이벤트,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한 마케팅)에 주목하는데 BTL의 핵심이 뭘까요. 싼 맛에? 심심해서? 남들이 하니까? 결단코 아니죠. 바로 '터치'(Touch)입니다. '내 여자친구가 전지현보다 좋은 것은 만질 수 있기 때문'이란 광고카피는 BTL의 핵심을 기가 막히게 짚은 명카피입니다. 터치는 물리적인 접촉(Contact)뿐만 아니라 감동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터치함으로써 터치한 미국 존루이스백화점이 좋은 예입니다. 종업원들이 불친절하다고 고객 불만이 나와서 경영진이 조사해보니 종업원들은 고객들이 거만하다며 오히려 볼이 퉁퉁 부어있는 겁니다. 보통이면 "까짓 눈 딱 감고 고개 한번 더 숙이라고" 하겠지만 그 백화점 경영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은 연극배우들을 불러서 종업원들에게 연기를 가르칩니다.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한다고 생각하라고. 이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매출 90% 증가. 직원들이 퍼포먼스 행위자가 되면서 '터치&터치'(Touch&Touch) 효과가 발생한 겁니다.
이게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힘이죠. 지금은 조그만 기발함, 조그만 감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필이 꽂히면 바로 인터넷에 '펌하는' 페로몬사회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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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라고 하면 행위예술가들의 난해하고 해괴한 예술을 떠올리는데 알고 보면 그리 먼 것도 아닙니다. 우리도 간혹 씁니다. "김 대리, 올해는 퍼포먼스를 내"라고 하잖아요. '마케팅 퍼포먼스'란 말을 뒤집으면 '퍼포먼스 마케팅'입니다. 말만 뒤집지 말고 사고법과 행동도 뒤집어야 합니다. 명사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도 좋지만 퍼포먼스를 하는 집단의 유전자를 과감하게 기업과 직원들에게 이식하십시오. 먼저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고 정주영 회장 같은 리더의 삶이 바로 퍼포먼스 그 자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