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공격? 암초충돌?…진상규명 장기화할 듯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3.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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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26일 발생한 초계함 '천안함(PCC-772)' 침몰 사고 원인 규명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규명 작업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나 탑승자들을 상대로 원인 파악이 쉽지 않고 침몰된 선체를 인양하는 것도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27일 정부와 군 당국자에 따르면 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이날부터 선체인양 여부 판단 작업에 돌입하는 한편 해난구조대(SSU) 잠수요원과 장비를 투입해 선체에 발생한 파공(구멍) 상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천안함은 전날 오후 9시45분 선미의 스크루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선체에 커다란 구멍이 발생했다. 즉시 선체가 공중으로 20~30㎝가량 들린 뒤 내려앉기 시작했고 약 2시간 후 완전히 침몰했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사태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바다에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직접 교전으로 인한 침몰은 아닌 것으로 거의 결론난 상태다. 천안함 침몰 도중 레이더에 물체가 포착돼 경고 사격을 했지만 새떼인 것으로 밝혀졌다.



선미 쪽이 폭발해 구멍이 났다는 점에서 북한군이 발사한 어뢰, 또는 북한이 매설한 기뢰에 충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군과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어뢰의 경우 자체 스크루에서 소리가 발생하는데다 근접한 잠수함이나 배에서 쏴야 하기 때문에 사전 탐지가 가능하다. 해당 해역은 조류가 7~8노트에 달할 정도로 빨라 기뢰를 부설하기도 쉽지 않다. 이곳에 기뢰를 설치할 경우 기뢰가 조류를 따라 북 측으로 흘러가 북한 함정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북 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남북 긴장을 조성하려는 행위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사고 이후 아직 북 측에서 특이 동향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가 내부 폭발 때문이라면 가장 먼저 초계함 아래 포탄 저장시설에서 폭발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 초계함 포탄 저장시설은 선미 부분이 아닌 앞부분에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섣불리 사고 원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크루 부분의 폭발과 함께 엔진이 꺼졌다는 점을 볼 때 스크루 인근에 있는 엔진이 과열돼 폭발로 이어졌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아울러 암초에 출돌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해 지역은 민간 여객선이 암초와 충돌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해 왔다. 특히 침몰 지역은 수심이 20∼30m 정도로 낮고 사고 당시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인데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등 기상 조건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 작전 수행을 많이 해 온 해군이 암초를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침몰한 선체를 인양해 정밀 감식을 벌이 뒤에야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될 가능성이 크다. 천안함이 1200톤급으로 길이가 88m, 폭이 10m에 달하는 등 상당한 크기여서 인양 작업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차 연평해전에서 북한군의 기습 공격으로 침몰한 '참수리 357호'는 규모가 130톤에 불과했지만 침몰한 지 17일 만에 인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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