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말많은' 전자발찌 소급 적용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김성현 기자 2010.03.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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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정부와 여권이 이른바 '전자발찌법' 시행 전에 기소된 성범죄자들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야권과 법조계, 일부 시민단체들은 전자발찌 부착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여당 성범죄 '전자발찌' 소급적용 법안 추진=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이 시행된 2008년 9월1일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들에게도 해당 법을 소급 적용하되 적법 절차에 따라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키로 했다.

이와 관련,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지난 13일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에 징역형을 선고받은 성범죄자도 최장 50년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검사의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를 법률 불소급 원칙의 예외로 해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 성범죄자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개정안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국한했던 부착 대상을 18세 미만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로 확대하고 부착기간을 현행 최장 10년에서 50년까지 늘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아동범죄대책특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브리핑에서 "미래의 위험성에 대한 조치 인만큼 불소급의 원칙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다만 인권침해가 생기지 않도록 적법 절차에 따라 극히 제한적인 경우로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9일 전국 18개 검찰청의 성폭력사건 전담부서의 부장검사, 공판부장검사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해자 중심의 수사 패러다임을 통한 아동보호'라는 주제로 화상회의를 갖고 소급적용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아동 성범죄자 가운데 재범 가능성이 높은 전과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여야는 국회 상임위원회를 19일부터 정상화해 성폭력 대책 법안을 적극 심의한 뒤 31일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키로 했다.

◇"소급적용은 위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전자발찌 소급 적용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법 시행 전에 기소된 사람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면 헌법에 명시된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이 한 번 무너지면 향후에도 남용될 수 있어 인권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침해가 일 수 있다는 게 여당 등 반대파의 입장이다. 이들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한데 처벌만 강화해서는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후약방문'식 처방보다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범죄 예방과 사회인식 제고와 교화행정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자발찌는 성범죄 전력자의 소재만 파악할 수 있을 뿐 행동 자체를 제약할 수 없는 만큼 상습 성범죄자들에 대한 격리 기간을 늘리고 특화된 교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재범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 아동 성범죄자에게는 인정사정 없다=미국의 경우 현재 44개 주에서 전자발찌법이 시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입해 11년째 시행 중인 플로리다주의 경우 재범률이 2배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로리다주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가 초범인 경우에도 최소 25년형을 선고하고 출소 후에도 전자발찌를 채우도록 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성범죄자 주거지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팻말을 세우고 자동차에도 관련 문구가 들어간 스티커를 부착토록 하고 있다.

아동 성범죄를 보다 엄격히 다루는 유럽에서는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동시에 신상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8개주와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는 상습 성범죄자 중 성도착증 환자에게 화학적 호르몬을 투입해 성적 욕구를 감소시키는 화학요법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사후 처벌보다는 교정프로그램의 계발과 운용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부처 간 활발한 정보 공유를 통해 성범죄 고위험군에 대한 발 빠른 대처와 함께 교정전문 인력을 양성해 성범죄자들을 교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선진국의 형벌 체계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이들의 교정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범죄를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자발찌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충실히 하고 수시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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