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대격차론’에는 ‘한국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일본을 따라잡거나 앞설 수 없다’는 일본사람들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본만이 근대화에 성공해 선진국이 됐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잠재의식이 드러난 것을 보인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이런 한일간 세대격차론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확인시켜줬다. 한국은 금메달 6, 은메달 6,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를 차지했다. 메달 수라는 양적 성과는 물론이고 질적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달성하는 신기록(남녀 500m 스피드 스케이팅 동시 금메달과 당분간 경신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우승 등)을 쏟아냈다.
반면 일본은 20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하나도 따지 못한 채 은메달 3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쳐, 질은 말할 것도 없고 양에서도 초라한 성적이었다. 일본이 이처럼 부진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본 젊은이들의 도전의식이 약해진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장기화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줄어들고, 세게 나오는 세계 젊은이들의 기세에 눌린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 젊은이들이 겁 없이 과감하게 도전해 세계의 높은 벽을 넘어 성취한 뒤 열정적으로 즐기는 '챌린조이(Challenge & Enjoy)'인 것과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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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보다 한 세대 뒤졌다’는 통설은 이제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분야가 늘어가고 있다. 조선 철강 등 발전단계 상 일본이 포기한 중후장대 산업은 물론, 반도체와 핸드폰 등 경박단소 산업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앞서가고 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자동차에서의 일본 아성도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을 계기로 흔들리는 양상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밴쿠버의 챌린조이들, 한국의 일본 추월을 가속시킨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우리 젊은이들의 파이팅은 ‘한국의 일본 추월’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수천년 동안 일본에 문화를 전수해주는 등 앞서가다가 지난 200여년 동안 일본에 끌려 다니며 궤도를 벗어났던 선조의 슬픈 역사를 정상화시키는 기(氣)와 에너지이다.
1일은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91주년 되는 날이었다. 급변하는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쇄국으로 뒷걸음질치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 국민이 나서 만세를 불렀던 날.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축사에서 “일본의 소의(少義)를 탓하지 않고 불합리한 착오상태를 개선광정(改善匡正)하여 자연스러운 정경대원(正經大原)으로 바로잡겠다”는 독립선언서를 인용했다. 관용과 포용으로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자는 자신감을 확인한 것이다.
기는 올랐을 때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챌린조이 젊은이들은 밴쿠버에서 일본을 앞서가면서 선진국으로 올라 설 수 있는 희망을 쏘아 올렸다. 이 희망을 이어받아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은 기성세대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야 함께 공감하고 힘을 합쳐 이룰 수 있는 스마트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가슴 벅찼던 3?1절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밴쿠버에서 희망을 달궜던 ‘챌린조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기성세대의 부끄러운 행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