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출혈 유치' 부작용 현실화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10.02.1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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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證, 개인퇴직계좌 고금리 보장 중단...동양종금證, 금리인하 방침

증권사들의 과도한 퇴직연금 출혈 유치 경쟁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손실이 확대되면서 고금리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앞으로 증권업계에 또다른 부실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고 연 7.5%에 달하는 고금리를 제시하며 고객들을 모집했던 개인퇴직계좌(IRA) 특판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달 KT 퇴직자를 대상으로 연 7.5% 수익을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했으나 손실폭이 커지자 고객에게 IRA 가입시 이같은 고금리를 제시하지 않기로 한 것.



삼성증권은 KT 퇴직자에게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보장하면서 손실이 발생해 이같이 결정할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고금리 상품 가입을 위해 지점을 방문한 한 고객들이 특판 금리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가기도 했다.

동양종금증권도 현재 연 7.5%인 금리를 다음주부터 7.2%로 내리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금리를 현실화하거나, 역마진을 안고 가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IRA는 기업이 도입하는 확정기여형(DC) 이나 확정급여형(DB) 외에 근로자 개인이 재량에 따라 퇴직금이나 중간정산금으로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다. 퇴직일 또는 중간정산일로부터 60일 이내 퇴직금의 80% 이상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 KT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강원랜드 등을 두고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6000여명의 대규모 퇴직자가 발생했던 KT의 경우, 삼성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이 연 7.5%, 하나대투증권은 8.0%, 현대증권은 8%대 금리를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7%대 수준에서 유치 금액의 30% 가량을 펀드에 투자하면 0.3%포인트를 더 얹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를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삼성증권의 IRA 적립금은 지난 1월 한 달 간 691억원이 늘었고, 동양종금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615억원, 415억원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시작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에선 고금리를 무기 삼아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예금금리와의 격차 클수록 증권사가 끌어안는 손실도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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