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겠다는 이유, 너무 잔혹해서..

머니투데이 김태은 이슈팀장 2010.01.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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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벌거벗겠어요"라는 문구로 유명 스타들의 누드를 찍어온 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 영국 가수 셜리 맨슨이 현지 PETA의 캠페인 포스터를 찍었다.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벌거벗겠어요"라는 문구로 유명 스타들의 누드를 찍어온 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 영국 가수 셜리 맨슨이 현지 PETA의 캠페인 포스터를 찍었다.


급습한 한파로 밍크코트 수요가 부쩍 늘었다. 모피업체들의 3년 재고가 소진됐다는 소식이다.

모피는 살아있는 동물의 처절한 괴로움을 거쳐 탄생한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밍크, 여우, 너구리, 친칠라 등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심지어 개, 고양이까지 잡아다 털가죽을 벗긴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소비된다.

살아서 바동거리는 동물이어야 한 번에 좌악 모피를 뜯어내기 쉽다고 한다. 죽은 상태에서 칼질을 많이 하다보면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죽은 동물은 모공이 늘어져 털이 쉽게 빠질뿐더러 털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이 이 계통의 정설이다.



엄청난 고통 속에 비명 한 번 제대로 못 지르고 동물들이 죽어간다. 껍질이 통째로 벗겨져 핏물어린 근육이 드러난 밍크는 여전히 숨이 붙어있다. 숱이 짙은 눈썹만 남은 눈에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서려있다. 한 해에 이렇게 죽어가는 동물이 수억마리다.

호화 사치품으로 첫 손꼽히는 밍크코트는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결혼 예단으로 주고받는 아이템으로 정착하고 있다. 예물 반지용 다이아몬드가 주생산지인 아프리카에서 전쟁과 학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까지 떠올리면, 출발부터 유혈이 낭자한 가정이 탄생하는 꼴이다.



매우 엄숙한 윤리주의자, 동물애호가, 또는 환경보호주의자라서가 아니다. ‘만물의 영장’임을 자부하는 인간이 먹고 입으려면 다른 생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약품은 물론, 화장품을 위한 실험에 희생당하는 동물도 부지기수다. 일종의 ‘잉여 허영심’ 충족에까지 타 생명의 피를 묻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활동적인 현대인에게 모피나 보석은 거추장스러운 짐일 지 모른다. 과시효과를 노린다면 어쩔 수 없기는 하다. 가죽으로 만든 옷이나 가방은 무게감 탓에 기동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일하는 여성의 손을 묵직하게 죄고있는 고가의 돌은 본말전도를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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