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식당인가, 음식냄새 피우는 그들

머니투데이 김태은 이슈팀장 2009.12.28 16:29
글자크기

[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홍콩 지하철 열차내 붙어있는 경고문. 먹거나 마시다가 걸리면 최대 2000홍콩달러의 벌금을 내야한다. 홍콩 지하철 열차내 붙어있는 경고문. 먹거나 마시다가 걸리면 최대 2000홍콩달러의 벌금을 내야한다.


지하철에 탄 채 음식을 먹는 남녀가 부쩍 늘었다. 승객으로 붐비는 열차 안에서 김밥, 햄버거 따위를 꾸역꾸역 먹는 이들이 낯설지 않다. 지하철 역사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흔해진 풍경이다. “일요일이면 빵과 우유를 사서 여자친구와 나눠먹으며 지하철을 타고 데이트를 한다”고 자랑하는 회사원은 당당하기만 하다.

수요에 따라 공급행태도 ‘발전’하고 있다. 즉시 구워 봉투에 담아주는 과자를 파는 편의점 등이 보기다.



우리나라만의 기이한 현상인 듯하다. 홍콩은 열차 내 음식물 섭취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적발되면 최대 2000홍콩달러(약 30만원)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지하철역에 편의점은 있다. 하지만 먹을것을 찾는 이는 없다시피 하다.

껌 소지조차 불법인 싱가포르의 벌금은 최대 500싱가포르달러(약 42만원)에 달한다. 열차에서 사탕을 빨다가 걸려도 즉각 30싱가포르달러(약 2만5000원)를 부과한다. 대만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껌만 씹어도 벌금, 정확히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군것질거리에만 엄한 것도 아니다. 휴대폰 통화, 흡연, 침 뱉기에도 벌금이 따르는 나라들이 많다. 미국 뉴욕의 지하철은 빈자리에 발이나 가방을 올리는 것을 금할 정도다. 워싱턴 지하철에서 감자튀김을 먹던 열두살 소녀가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공중도덕과 질서의식은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비례한다고 한다. 물론, 에티켓 교육이 전제다. 다음 단계는 법규와 시스템 적용이다.

G20을 자축하는 현 시점의 대한민국이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꼴이다. 한국의 철도와 지하철은 금연구역이지만, 역사 안에 터를 잡은 편의점은 담배를 팔고 있다.


남들의 시선과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의 본능과 습관에 충실한 것이 자유인은 아닐 터이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긍정적 의미의 자아를 이런 데 끌어다 붙일 이유는 없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