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 부동산투자 탄력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11.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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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빌딩 매입 의뢰 들어와..올들어 4건 매입

국민연금공단이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의 랜드 마크 빌딩을 사들이며 투자 다각화에 나섰다.

해외 사모펀드가 호주 대형 빌딩 매입에 나서자고 의뢰할 정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주 타깃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업무용 빌딩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3일 호주 시드니에 있는 44층짜리 빌딩 '오로라 플레이스' 매각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자인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매입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빌딩의 매각 가격은 6억8500만 호주달러(한화 7538억원)로 매매가 성사될 경우 호주 부동산 매각 규모로 2007년 12월 이후 최대인 대형 거래다.

다만 국민연금은 우선협상대상자가 투자자로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왔으나 현재로서는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 들어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 직접 투자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해외 빌딩 매입은 올 들어서만 벌써 4건에 달한다.

지난 14일 국민연금은 영국에서 가장 비싼 빌딩인 런던의 45층짜리 HSBC 본사 건물을 1조5000억원(7억7250만파운드)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매입 규모는 국내 해외 부동산 직접투자 사상 최고치였다.

또 이달 초에는 런던의 사무용 빌딩 2곳을 35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 7월에는 일본 도쿄의 4600억원 규모 빌딩을 공동 인수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유명 랜드마크 건물을 직접 매입, 임대료 수입을 확보하고 나아가 매각 차익까지 노린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해외 투자에 나선 이유는 운용 기금이 270조에 달하며 다양한 투자처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규모는 약 35조원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3.8%를 차지한다. 채권 투자규모는 16.5%에 달한다.



2014년 적립액이 432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만 투자하기에는 덩치가 커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해외 투자를 늘려나가는 한편 주식과 채권 외에 부동산 등 대체 투자로 눈을 돌려 투자대상을 다각화할 것이란 방침을 밝혀왔다.

보건복지가족부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를 지난 5월 말 18조3000억원에서 올해 말까지 24조9000억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업무용 빌딩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임대료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향후 매각 시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주요 도시의 유명 빌딩을 매입할 경우 일시적인 가격 하락이 있더라도 10년, 2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손해는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HSBC빌딩을 HSBC에 17년6개월간 임대하고 연간 4600만 파운드(887억원) 임대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융 위기 이후 해외 부동산의 가격 조정이 이뤄진 데다 최근 환율이 안정화되며 국내외 여건이 모두 해외 부동산 투자에 우호적으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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