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교보 포기하고 삼성 구애?

더벨 민경문 기자 2009.11.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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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상장 기약없어...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는 것도 배경

더벨|이 기사는 11월20일(16:4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생명의 상장 주관사 선정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투증권 측은 이번만큼은 입찰에 참여해 주관사로 선정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 동안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굵직굵직한 생명보험사의 IPO딜에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던 한투증권이었기에 이번 참여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투증권이 ‘대어급’ 생보사 딜에 잇달아 불참한 이유는 바로 교보생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은 지난 1989년 교보생명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은 이력이 있다. 이후 경쟁사의 상장 주관사로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 상도의상 옳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실제 한투증권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계약에 대한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하면 향후 주관사 선정에서 한투증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한투증권이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상장에 불참하고 교보생명에만 '지조'를 보여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교보생명의 상장 추진은 아직 시장에서 요원한 얘기로만 들린다. 실제 교보생명 측은 지급여력비율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상장은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생보사 1호 상장사인 동양생명을 필두로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그리고 공모 규모가 4조원대까지 예상되는 삼성생명이 시장에 나왔다. 한투증권 입장에서는 더 이상 관망할 여유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이 삼성생명의 주관사까지 놓칠 경우 내년도 IPO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교보생명이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주관사 선정은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평가다.

이번 삼성생명 딜에 마땅한 경쟁자들이 없다는 점도 한투증권이 승부수를 던진 이유로 보인다. 대우증권(대한생명 대표 주관), 우리투자증권(대한생명 공동 주관), 삼성증권(미래에셋생명 대표 주관), 동양종금증권(대한생명 공동 주관) 등 주요 증권사들이 이미 감투를 쓰고 있는 만큼 삼성생명이 이들을 주관사로 선정하기가 껄끄러울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남아 있는 경쟁자는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정도. 업계 안팎으론 한투증권이 충분히 해 볼만하다는 분위기가 우세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IPO 주관 2위(1361억원), 인수 1위(1385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IPO업계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투증권의 경우 대부분 중소형사들의 코스닥 상장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아왔을 뿐 대형 딜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이번에 삼성생명의 대표 주관사를 맡게 될 경우 지금까지의 시선을 모두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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