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톤 배가 부딪혀도… 인천대교 속 비밀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10.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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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톤 배가 부딪혀도… 인천대교 속 비밀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과 송도신도시를 연결하는 총 연장 21.4㎞의 인천대교가 개통됐다. 인천대교는 국내 1위, 세계 5위 규모의 사장교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작(名作)이다.

인천대교가 세계 최고 수준의 명작이지만 대형선박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가고 짙은 안개와 강한 바람이 불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일반인들이 눈치 채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안전 기술을 적용했다.



인천대교는 서울 및 수도권 남부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천항을 기준으로 볼 때 인천대교는 망망대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인천대교가 송도와 영종도를 직선이 아닌 완만한 곡선으로 잇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주탑에서 케이블로 지지되는 중앙 사장교구간의 1480m만 직선으로 설계했을 뿐 사장교구간을 제외한 양 구간을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했다.



항로인 사장교 구간을 인천항과 평행하게 직선으로 설계해야 대형선박들이 자유롭게 진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들은 선수와 선미가 길어 항구를 정면으로 진입해야 한다.

대형 선박들이 오가는 특성을 감안한 안전장치 또 하나가 주탑 아랫부분에 숨어있다. 바로 충돌방지공이다.

인천대교는 국내 처음으로 선박 충돌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충돌방지공 44개를 2개의 주탑과 주변 교각 일부를 둘러싸는 형태로 바다에 심어 자동차의 범퍼처럼 선박이 교각에 직접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10만톤급 대형화물선(길이 248m)이 10노트의 속력으로 충돌하더라도 교각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시설이다.


인천대교가 건설되는 송도앞바다는 바람이 강하고 안개가 잦다. 하루에 두 번씩 바뀌는 조수간만의 차가 평균 9.27m에 달하고 밀물과 썰물 때는 유속이 초당 1.27m 로 악조건이다. 이같은 악조건 역시 인천대교에 또다른 알려지지 않는 비밀을 숨겨놓았다.

인천대교를 달리는 차량들은 눈치채기 힘들겠지만 주탑과 주탑사이의 1480m 사장교 구간 상판은 콘크리트가 아닌 강판으로 제작됐다. 강판으로 제작된 상판은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는 세고 상판의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에 메달려 있는 사장교의 특성상 상판 두께를 줄여 바람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강판의 경우 여름과 겨울철 온도에 늘어나거나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판과 상판 이음새에 최대 2m까지 변형이 가능하도록 신축 이음장치를 설치했다.

상판을 지지하는 케이블에도 안전을 위한 비밀 하나가 있다. 케이블 표면은 골프공처럼 작은 홈이 무수히 파여 있다. 이 홈에 의해 공기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케이블이 바람에 크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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