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변방에서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

피츠버그(미국)=송기용 기자 2009.09.2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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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컨트롤타워인 G20 정상회의 개최로 국격 급상승

"우리에게는 뿌리 깊은 변방의식이 있다. 외교는 강대국이 하고 우리는 끌려 다닌다고 하는... G20 정상회의 개최는 이런 고정관념을 일거에 깨뜨리는 쾌거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25일 한국의 G20 정상회의 유치의미를 이같이 정리했다.

한국, 변방에서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


G20 정상회의 개최는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패권은 미국, 영국, 일본 등 극소수 서방 선진국이 주도하는 G8이 주도했다. 그러나 G8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노출했고 G20이 빠르게 세계 경제의 컨트롤 타워로 부상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G20 정상들이 세계경제 최고협의체(Premier Forum)를 기존의 G8 정상회의에서 G20 정상회의로 바꾸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이 더 강하고 균형 잡힌 글로벌 경제를 건설하고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며 빈국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게 될 것"이라고 G20 체제에 의미를 부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4일 업무만찬에서 "경제위기가 끝난 이후에도 G20 정상회의가 계속돼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Yes""라며 "그동안 이룬 성과와 역할을 보면 G20은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기구"라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일극체제로 끌고 가던 세계 질서가 서방 선진국들이 참여하는 G6, G7, G8을 거쳐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이 동참한 G20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다.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점에서 일대 사건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 변방에서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
한국은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해왔지만 국제무대에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가입하는 유엔에 1991년에야 가입이 허용되는 등 철저히 변방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2010년도에 G20 의장국을 맡고 G20 정상회의까지 유치한 것은 상전벽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은 "G20 정상회의 유치는 한국이 지구촌 리더그룹에서 좌장역할을 맡아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고 결정짓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 외교사적으로 처음 있는 엄청난 일이고 세계사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큰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G20 정상회의 유치를 공식 발표한 25일 공동기자회견은 변모된 한국의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세계 경제 협력을 위한 가장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됐다"며 "대한민국은 내년 G20 의장국으로 세계 위기 극복과 경제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100년 전에 나라의 운명을 열강에 맡기고 아무 결정권이 없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G20의 중심국가가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역사적 쾌거"라며 "이번 기회를 선진국 도약의 발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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