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무엇을 남겼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9.09.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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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발언권 확대가 최대 성과

24, 25일 양일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3차 정상회담은 전세계를 경기 침체의 위기로 몰아넣은 신용위기 공동 대응에 대한 자평의 자리였다.

G20 정상들은 25일 회의 폐막과 함께 공동 선언을 채택하고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공조 노력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It worked)고 평가했다.



G20 정상들은 또 신용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에도 힘을 기울이기로 약속했다. 정상들은 월가의 무절제한 보너스 관행을 제한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유동성 확보를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아울러 경제구조 재편 노력에 대한 전문가 평가와 지속적인 글로벌 경제성장을 위한 이머징마켓 지원에도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이전 2차례의 회담과 마찬가지로 합의에 대한 구속력 부여는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지금은 여기서 멈춘다고 회담 결과를 밝혔다. 일정 부분 소득이 있었지만 온전치는 않다는 스스로의 평가다.

G20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신용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던 당시 주요국들의 공동 대응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영국 런던에서 1, 2차 회의가 열렸다.


이번까지 3차례 회담에서 G20 정상들은 금융시스템 개혁과 위기 대응 능력 강화, 보호무역주의 타파 등 글로벌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같은 정상들의 노력으로 G20은 G8을 대신해 새로운 글로벌 최고위급 회담으로 자리하게 됐다.

◇ 완전한 승리는 아직

G20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위기 공조가 어느 정도의 성고를 거두긴 했지만 아직 불완전한 승리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경기반등의 토대가 아직 탄탄하게 구축되지 않았으며 완전한 경기회복까지는 더디고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갈 길이 멀며 보다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G20 정상들은 뚜렷한 경기 회복 신호가 목격되곤 있지만 추가 침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정상들은 성급한 긴축 기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양적 완화 등 확장적 금융, 재정정책을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확장 기조 유지를 위한 공동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동 노력에 대한 합의는 다음번 회의로 미뤄뒀다. 대중국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위안화 절상과 일본 등 무역흑자국의 내수시장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 수출국들의 반대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진 못했다.

◇ 이머징마켓 위상 제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머징마켓(신흥국)의 위상 제고다.

G20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를 재정비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수년간의 국가별 경제 능력을 고려, IMF나 세계은행의 지분 출자 규모를 조정하자고 뜻을 모았다. IMF나 세계은행은 지분을 낸 만큼의 의결권을 인정한다. 이는 곧 지분 조정의 경우,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국들의 기구 내 목소리가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들은 또 이번 회담에서 G20을 G7이나 G8을 대신해 공식 기구화하기로 했다. 이는 서방 국가중심의 G7만으로는 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며 아시아 남미 등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G20국가들이 세계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G20은 내년에는 4월과 11월, 캐나다와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갖되 2010년부터는 매년 한차례씩 정례회의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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