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지주 회장 전격 사의 표명

(종합)"우리銀 투자 손실 무거운 책임"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임 압력을 받아온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년여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황 회장에 대해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 책임 등을 들어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를 내린 지 보름 만이다.

황 회장은 23일 "금융위원회의 징계조치에 의해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 법률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선도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저 자신의 문제로 조직의 성장, 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마음에 사임을 결정했다"며 "KB금융 회장직과 이사직을 동시에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전에 몸담았던 우리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한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다"며 "이와 관련된 모든 분 특히, 우리은행과 KB금융 임직원 여러분들께 그동안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은행 재직시 CDO.CDS 투자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징계조치에 대해서는 수차례의 소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의 주장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금융당국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황 회장은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성장, 발전의 기반이 되어야 하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저에 대한 징계로 인해 금융인들이 위축되고 금융시장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KB금융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대표 금융그룹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우리은행 또한 지난날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른 시일 안에 주주와 고객들 앞에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우뚝 서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오는 29일 KB금융지주 출범 1주년 기념식을 치른 뒤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조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다음 절차 등에 대해 오는 25일 사외이사 모임을 갖고 논의 하겠다"고 말해 황 회장의 사표 수용 의사를 밝혔다.


황 회장이 물러나면 KB금융 정관상 그룹 부회장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회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이사회는 가까운 시일 내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새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25일 오전 임시 예보위원회를 열어 황 회장에 대한 징계 안건을 처리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