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회복시 환매고려" "내년 3~4월 회복 마무리"
#지난해 일본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30% 이상 손실을 본 김 씨는 참다 못해 어제(25일) 오전 환매를 신청했다. 비과세가 폐지되기까지는 4개월 이상 남았지만 펀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발을 빼기로 결심한 것. 더욱이 내년부터는 손실을 본 상태에서도 세금을 내야 하고, 자칫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날 저녁 김씨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부 당국이 비과세 폐지 이후에도 내년까지 손실액 만큼은 과세하지 않기로 한 것. 김 씨는 곧바로 담당 PB에게 전화를 걸어 환매를 취소하려 했지만 이미 배는 떠난 뒤였다.
25일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은행, 증권 등 펀드 판매 창구에서는 해외펀드 환매 취소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 해외펀드 환매취소는 당일 5시까지
A증권사 강남지점 지점장은 "해외펀드를 환매했던 거액 고객들 위주로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환매 취소를 문의해 오고 있다"며 "거액 고객들은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에 따른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려고 환매를 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외펀드 대부분은 환매 취소나 정정이 약관상 환매당일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하다. 또 동부차이나펀드 등 일부 해외펀드는 환매 취소나 정정이 환매 당일 오후 3시까지만 가능하며, 오후 3시 이후에 신청한 환매를 취소 또는 정정하는 경우는 영업 마감시간까지(오후 5시) 재신청을 해야 한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펀드애널리스트는 "당국이 손실 난 해외펀드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환매를 신청한지 하루가 지난 투자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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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당국의 늑장 발표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오후 3시에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환매 취소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어제 해외펀드를 환매한 K씨는 "조금 더 빨리 발표했다면 투자자들의 환매 처리나 손익이 달라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손실 만회 기회를 잃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해외펀드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데다 세제 혜택도 1년간 연장된 시점에서 굳이 환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진 현대증권 (7,370원 ▲10 +0.1%) WM컨설팅센터장은 "이머징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시장도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는 등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해외증시 전망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비과세 제도까지 연장돼 해외펀드의 원금 회복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는 9월 자산배분전략에서 해외 비중을 '중립'에서 '확대'로 조정한 상태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비과세가 연장된 이상 추가 매수를 통해 매입단가를 낮추거나 해외펀드 신규 가입의 기회로 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물론 신규 가입의 경우 과세를 감안해야 하지만 세금이 걱정돼 해외펀드 투자로 누릴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원금을 회복했다면 부분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넘지 않도록 투자 자산을 정리해 과세에 신경쓰는 게 우선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10월부터 자신이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수익을 낸 해외펀드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유망한 역외펀드에 재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내년 3~4월 회복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환매 시점으로 잡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특히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거나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