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에 화재가 발생해 상가 모두를 태웠습니다. 화재 감식 결과는 뜻밖에도 그 원인이 불명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화재의 발화점이 상가 중간지점인 컴퓨터 수리점이라는 사실은 밝혀졌습니다. 저는 작년에 컴퓨터 수리점 주인과 보증금 1억원, 월세 70만원, 임대차기간 2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수리점 주인이 화재로 더 이상 영업이 어렵게 됐으므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A : 상가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면 임차인은 목적물을 반환하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화재로 임차인의 임차물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이 그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그 이행불능이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합니다. 민사문제에서 입증책임 또는 증명책임의 소재는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실에 대해서 입증책임을 지는 자는 판사에게 그 사실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하고 확신을 주지 못하면 그 사실은 없는 것으로 처리돼 소송에서 불리해집니다.
참고로 판례는 "임차건물이 전기배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로 일부 소훼돼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채무가 일부 이행불능이 되었으나 발화부위인 전기배선이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고 있어 임차인이 전기배선의 이상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 하자를 수리ㆍ유지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으므로 임차목적물반환채무의 이행불능은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고 임차인의 임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결과가 아니므로 임차인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화재로 질문자 소유의 다른 점포까지 모두 소훼되어 발생한 손해도 임차인인 컴퓨터 수리점 주인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이 사건 점포는 원래 1개의 상가를 4개로 쪼개서 임대한 것이므로 그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임차인인 컴퓨터 수리점 주인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질문자는 이 부분의 손해도 컴퓨터 수리점 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