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실을 바라보면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분들의 고민을 느낄 수 있다. 경제가 위기를 넘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소리가 많아지고 있지만,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한숨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느 쪽 소리를 듣고 정책을 펴야할지 매일매일이 고역일 터다.
그런 자리에서 경기가 V형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는 말은 부조리였을 것이다. 7월 경기선행지수가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가입국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위기에서 가장 빨리 회복하고 있다는 보도를 믿으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2분기 GDP 성장률이 2.3%로 중국을 제외하곤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코스피는 1560선을 넘었으니 살림살이도 곧 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았다. 1600원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도 조만간 1100원대로 떨어질 것(원화가치 상승)이라고 위로할 수도 없었다. 주가와 성장률 등 경제지표로만 보면 위기는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간 모습이지만, 생활의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장은 늘어가고 있다. 서울 시청 앞의 ‘서울 광장’과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마련한 ‘청계 광장’을 비롯해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까치 공원’이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그만큼 변화의 ‘하드 웨어’는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광장이 갖는 본래적 의미, 즉 소통과 이해의 장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누에치는 아낙’과 ‘모내기 하는 농부’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속내를 터놓은 대화를 통해 함께 잘 살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노력, 그러니까 광장의 ‘소프트 웨어’는 갖춰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광장이 가끔 막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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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이 무너지는 것은 물이 불어서라기보다 개미가 만든 작은 틈 때문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적의 침입으로는 도저히 무너지지 않는 금성탕지(金城湯池)도 내부의 분란으로 순식간에 함락당한다.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때는 그 어떤 위기도 거뜬히 극복하고 발전을 일궈낼 수 있지만, 동상이몽(同床異夢)일 때는 예상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광화문 시민광장이 모든 국민의 뜻과 행동을 모아 함께 잘 살 수 있는 소프트 웨어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면 신도 웃으면서 5월의 하느님 노릇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