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부자이고 대기업 투자 안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니투데이방송 보도국장 2009.07.1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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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

검사가 부자이고 대기업 투자 안하는 이유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몸무게가 주는 반면 여자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무거워지는데, 각각 3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우선 여자의 이유는 이렇다. 나이가 들수록 간이 커지고, 얼굴에 철판을 깔며, 머리가 돌이 된다는 것이다. 남자는 반대로 간이 콩알만 해지고, 머리가 텅 비기 때문에 가벼워진다고 한다.

나이 50을 앞두고 있는 필자는 이 우스개를 듣고 진한 슬픔을 느낀다.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고 싶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고, 술 강권하는 사회를 핑계로 술에 절어 살다보면, 우스개와 달리 뱃살이 불고 몸무게가 늘면서 간은 작아지고 머리는 비어가니 슬픔은 더욱 커진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술 마실 때 하는 건배사가 날마다 진화한다. ‘당당하고 신나게 살고 멋지게 져주자’는 ‘당신 멋져’라든가, ‘아흔 아홉 살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구구 팔팔’에는 운치가 느껴진다. 하지만 ‘오매 징하게 어울리자’는 ‘오징어’라든지, 푸른색의 만원 짜리 1만 장이 1억원이라는 뜻의 ‘파란만장 억억억~’이라는 건배사에서는 쪼그라든 삶의 초라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진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회지도층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갖추지 못하고, 거짓말로 어물쩍 넘어가려다 국민정서라는 큰 벽을 넘지 못했다.



여기서 최근 공직 취임을 앞둔 예비 공무원들에게 특강했던 한 기업인의 말이 떠오른다. “공직자들은 ‘월급이 쥐꼬리만하다고 불평하면서도 20~30년 근무한 뒤 수 십 억원의 재산을 갖는 것은 분명 뭔가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 억울해 한다. 그런 ‘부자’들은 부모가 부자이거나 배우자의 부모가 부자인 특수한 경우이며 상당수의 공직자들은 퇴직해도 어렵게 산다”는 것이다.

그 기업인은 대다수 선의의 공직자들이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은 소통(疏通)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이 현금을 많이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들을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72조원이다. 하지만 빚이 50조원에 이르러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20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투자할 수 없다. 작년 10월부터 금융-경제 위기로 은행들이 언제 대출금을 회수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리스크를 지겠느냐”는 설명이다.


상대방 형편을 잘 살피지 않은 채 내 처지로만 상대를 가위질할 때 이런 억울함이 생긴다. 삼순이가 택시를 타서 친구들이 이름을 갖고 놀려 화난다고 하자 택시 기사가 ‘뭘 이름 갖고 스트레스를 받느냐,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라고 위로했다고 한다는 가슴 아픈 우스개도 있다. 그 기사는 진정으로 위로한다는 선의로 말했겠지만, ’따뜻한 위로‘는 삼순이의 가슴에 비수(匕首)로 꽂였다.

부분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 전체로 볼 때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고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모든 사람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경제가 더욱 나빠지는 절약의 역설이 그런 예다. 위기일수록 서로 움츠러들지 말고,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위하며 이해하려고 할 때 소통이 원활해진다.

확 트인 커뮤니케이션은 간이 쪼그라들지도, 머리가 비지도 않으면서 ‘당신 멋져’를 자신 있게 선물할 수 있게 한다. 우거지상으로 찾아온 삼복더위도 어느새 환한 미소로 바뀌고 꽉 찬 삶은 무거우면서도 가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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