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우리금융 민영화나 빨리 해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2009.08.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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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우리은행의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파생상품 손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재임중에는 관련 부실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투자은행(IB)업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를 최초 결정한 때 은행장이던 황영기 전 행장인가. 아니면 실제로 부실이 크게 늘어났고, 재임기간에 파생상품 투자를 오히려 늘린 박해춘 전 행장에게 있는가. 황 전행장 재임시 수석부행장으로서 리스크관리를 책임진 이종휘 현 행장에게 있는가.
 
CDO, CDS 투자 과정에서 해당 IB본부가 아니라 은행장이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지시했다면, 금융위기를 예상하고 파생상품 축소를 해당 부서에서 건의했는데도 이를 묵살했다면, 혹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리스크관리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채 투자를 강행했다면 문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부실에 대한 포괄적 책임' 운운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CDO, CDS 투자 손실은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날고 긴다는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모두 당했다. 국내에서도 우리은행 외에 몇몇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가 거액의 손실을 봤다.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에 따른 파생상품 투자 손실은 인재가 아니라 일종의 천재다. 세계 유수 금융사 가운데도 글로벌 위기가 오기 몇달 전에 이를 처분한 곳은 골드만삭스 정도다. 우리은행이 골드만삭스 수준이 못되는 게 유감이라면 유감이다.
 
황영기씨 등 전·현직 우리은행장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IB업무를 강화한 죄다. 그러나 이것 역시 금융당국의 책임이 없지 않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까지도 IB가 살길이라며 독려한 게 누구인가.
 
더욱이 예보와 금융위 기획재정부는 황영기 행장이 재임시 외환은행 LG투자증권 LG카드 인수에 나서자 제동을 걸었고, 이에 우리은행은 M&A를 통한 대형화 대신 자체 성장전략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지금 불행의 씨앗이 된 IB업무 강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대주주로서 우리은행의 자산가치 하락과 손실에 엄격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가치를 저하시킨 당사자가 바로 예보요, 금융당국이다. 예보와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지 않아 최소한 LG카드라도 인수했다면 우리금융의 자산가치는 지금보다 수조원 이상 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보와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경영진의 민영화 추진에도 제동을 걸었다. 우리금융 주가는 황영기행장 퇴임 직후이자 박해춘행장 취임 초인 2007년 상반기에 2만5000원까지 갔다. 이 수준이면 우리금융에 투입된 12조원의 공적자금은 물론 이자까지 회수하고도 훨씬 남는다. 그 좋은 기회를 헌신짝 버리듯 한 게 누구인가.
 
굳이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손실 책임을 묻겠다면 물어라. 다만 감사원은 그 전에 매분기 사소한 경비집행까지 감시·감독하면서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를 사전에 막지 못한 예보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또 감사원은 우리은행 경영진의 대형 M&A 추진과 민영화에 제동을 걸어 결과적으로 우리금융의 자산가치를 수조원 이상 떨어뜨렸고, 12조원의 공적자금 원금 중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예보와 금융당국의 책임도 함께 따져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그래야 비겁하지 않다.
 
우리금융 문제와 관련해 예보와 금융당국이 지금 제일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일은 간섭, 통제, 문책이 아니고 우리금융의 몸값을 높이고 주가를 올리는 일이다. 공적자금을 빨리 회수하고, 우리금융을 민간에 넘기는 일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금부터 서둘러도 빠르지 않다.

다행이 우리금융 현 경영진이 조기 민영화에 적극적인데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주변여건도 많이 성숙됐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이 분리돼 있을 때마다 제기되는 회장과 은행장간의 갈등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회장과 행장을 겸직시키거나 회장에게 행장 인사권을 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런데도 예보와 정부당국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 임명함으로써 내부 분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계열사 사장에 대한 인사권이 없는 지주사 회장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정부당국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혹시 예보나 정부당국이 우리금융 회장이나 우리은행장 인선은 회장추천위와 행장추천위가 하는 일이어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할말은 없다.)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회장과 행장의 불화와 갈등 역시 해결책은 안타깝게도 민영화밖에 없다. 정부와 예보가 우리금융의 대주주로 있는 한 한 사람 인사만 하기보다 회장과 행장 두 사람 인사를 하려는 그 원초적 권력욕망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나 빨리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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