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 CEO의 얼굴이 어두운 이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7.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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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 CEO의 얼굴이 어두운 이유


6월29일 저녁, 비온 뒤 개인 서울의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남산 자락에 놓인 신라호텔로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몰려들었다. 이곳 영빈관에서 열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최 '제2차 경제정책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행사 시작이 예정된 시각은 오후 7시. 20분 전부터 속속 도착한 CEO들이 차례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한 뒤 서로 인사와 함께 짧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CEO의 표정들은 언뜻 밝아보였지만 몇 마디 인사말을 건네다 보면 어느새 걱정이 드리워지곤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대기업 사장에게 안부를 물었다. "요즘 조금씩 좋아지고 있나요?". 업황이 개선되고 있느냐는 의미였다. "좋아져야 되는데···" 그러면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제일 걱정하시는 게 어떤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시중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 것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중소기업도, 가계도 주머니 사정이 나빠져 제품 수요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화살은 곧 한국은행을 향했다. "요즘 한은 쪽에서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그 사장은 기자를 향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굳이 한은을 출입하지 않더라도 요즘 한은이 금리인상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쯤은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 직후 "국내 경기 하강은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12일에는 "하반기 이후 물가 안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 사장은 지그시 입술을 깨문 뒤 말했다. "한은이야 물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입장이니까 금리인상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업 쪽에서 보기에 만약 지금 금리를 올리면 경기회복은 물 건너갑니다. 한은이 금리인상 분위기를 풍기니까 정부에서는 그 반대로 경기가 안 좋다고 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말들이 모두 기업하는 사람들한테는 부담만 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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